[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나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만 충분한 방어 능력을 갖춰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테슬라와 애플이 제품 가격을 높여도 탄탄한 수요를 지켜낼 수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삼성전자도 이런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가 실적에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에볼루션은 21일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상 전략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모델3과 모델S 등 전기차 주력모델 가격을 일제히 높여 내놓았다. 이전과 달리 가격 인상과 관련한 별도의 공지는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약 1년 동안 테슬라 전기차 가격 인상이 4회에 걸쳐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배터리 소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등을 전기차 가격 인상의 이유로 제시했지만 경쟁사와 비교할 때 가격 인상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의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미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상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아직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테슬라의 경쟁사라고 할 만한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폴크스바겐과 현대자동차 등 여러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잇따라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신차 라인업을 내놓는 시기는 2~3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가 경쟁사의 부재를 틈타 전기차 가격을 높인 뒤 향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면 할인을 통해 실제 구매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굳건한 팬덤을 유지하면서 고정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에 따른 타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층이 다른 경쟁사 제품을 구매할 만한 대안이 없고 테슬라 브랜드에 큰 애착을 느끼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해도 이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처럼 브랜드 이미지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에 제품 가격을 높여 받을 수 있는 가격 주도권인 ‘프라이싱 파워’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애플도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사용자 기반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생태계 경쟁력과 브랜드가치를 통해 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아이폰이나 맥북 등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구매할 때 애플의 하드웨어 가격이 경쟁사 제품보다 높다고 해도 애플 이외 제조사 제품을 구입할 이유를 크게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애플이 갖추고 있는 강력한 가격 주도 능력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으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제품 가격이 오르고 구매력이 저하된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가격에 훨씬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영향을 훨씬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 이미지. |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프라이싱 파워는 ‘마법의 단어’와 같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기업들의 가치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잠재되어 있던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할 때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자연히 더 경쟁력 있는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게 될 이유가 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도록 하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도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며 경쟁사에 수요를 빼앗기지 않을 기업들이 실적 방어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가 가격 주도권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 수요를 방어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테슬라와 애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장 조사기관 칸타의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조사에서 한국 기업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애플은 IT업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기업 가운데 브랜드가치 1위, 테슬라는 글로벌 자동차기업 가운데 1위에 등극하며 강력한 가격 주도권을 갖춘 기업으로 역량을 증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압도적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들에 확실한 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소비자 대상 제품에서도 충분한 가격 결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 상승 및 경기침체 국면에서 가치를 증명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더블 스마트폰을 대량생산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판매하는 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TV와 생활가전 역시 세계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QLED와 퀀텀닷 올레드 등 신기술, 사물인터넷 플랫폼 등 경쟁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해 세계시장에서 제품 판매 둔화 영향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실적에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강력한 기술 리더십과 시장 점유율, 다변화된 사업 구조와 가격 주도권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꾸준한 연구개발 및 생산투자를 통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