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자동차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건설하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계획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지 당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온타리오주 정부 차원에서 토지 지정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공장 투자 지연을 우려해 다른 부지를 찾아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지역언론 CTV뉴스 보도에 따르면 드류 딜킨스 윈저시장은 온타리오주 정부에 토지 지정 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윈저 시의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윈저시 정부는 해당 문서에 “8월까지 배터리공장 설립을 위한 토지 지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가 완전히 무산될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약 5조 원 규모의 윈저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강조한 것이다.
딜킨스 시장은 배터리공장 착공과 가동 시점이 이들의 투자 여부에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가능한 이른 시일에 투지 지정과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CTV뉴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합작공장 부지는 윈저시에서 직접 매입한 15곳의 토지로 구성되어 있다.
토지별로 사용 용도가 산업용, 일반 사업단지용, 복합용 등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공장을 착공하려면 용도 변경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윈저시 당국은 토지 용도 변경을 위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고 있지만 이는 법원의 결정을 포함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장 2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온타리오주 정부에서 토지 재지정 명령(MZO)을 내린다면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할 수 있는 만큼 윈저시 측에서 적극적으로 주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려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윈저시 의회도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딜킨스 시장은 “토지 용도 변경 절차가 늦어지는 일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적기에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올 여름부터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4년부터 가동 및 전기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은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 시기와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착공이 늦어진다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윈저시 당국은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이런 점을 고려해 윈저에 투자를 철회하고 다른 공장 후보지를 물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윈저시 당국이 주 정부 차원의 토지 재지정 명령을 요청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 원주민 관계단체인 워폴아일랜드 퍼스트네이션 측 관계자는 CTV를 통해 “온타리오주 정부의 토지 재지정 명령은 원주민들에 부당한 대우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대규모 공장 투자가 지역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토지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최근 들어 토지 재지정 명령을 남발하고 있다는 정치적 반발도 높아지고 있어 윈저시 당국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캐나다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은 당분간 관련된 절차가 진행되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원주민단체 관계자는 CTV를 통해 “투자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원하지만 이번 결정이 지역에 나쁜 선례로 남는 일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