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뒤 물가상승이 정점을 통과하고 가라앉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무너졌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13일 "고물가 확산세가 심화된 점이 더 큰 우려 요인"이라며 "3분기에도 전년동월비 8%대 중반 물가상승률을 지속하며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을 재촉할 것"으로 내다봤다.
▲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13일 "고물가 확산세가 심화된 점이 더 큰 우려 요인"이라며 "3분기에도 전년동월비 8%대 중반 물가상승률 지속하며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을 재촉할 것"으로 내다봤다. |
국내증시가 마감한 뒤 10일(현지시각)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다.
5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8.58%로 지난 3월에 기록한 고점(8.54%) 및 시장 예상치(8.3%)를 뛰어넘었다.
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거셌다"며 "금융시장에서는 급등한 휘발유 가격의 영향을 반영해 0.7%의 제법 큰 물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었으나 이를 더 크게 웃도는 물가 충격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에너지가 꼽혔다. 에너지는 전월대비 물가를 0.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강력한 기저효과를 무시하고 최고치를 다시 웃돌았다는 점은 부정적 소식"이라며 "하지만 더 큰 우려는 고물가가 미국 경제 구석구석으로 한층 더 깊게 침투했다는 사실"이라고 바라봤다.
에너지 이외에도 식료품과 임대료를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의 전월비 물가 상승 기여도는 4월 0.09%포인트에서 5월 0.12%포인트로, 주거비는 4월 0.17%포인트에서 5월 0.20%포인트로 올랐다.
에너지와 식료품, 임대료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은 전기 및 유틸리티 요금, 외식서비스 등 전반적인 서비스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경제 전반으로의 확산력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이에 5월에는 그 외 다른 항목 가격도 대체로 올라 직전월에 비해 물가 기여도가 더 커진 주요 항목의 개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아졌다.
권 연구원은 "미국의 최근 에너지 가격과 주택 임대 계약의 계절적 효과를 고려하면 6월에도 두루두루 높은 물가상승률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휘발유 소매가격은 6월 들어 더욱 빠르게 오르면서 전주 대비 5.4%, 디젤 소매가격 역시 3.0%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원유가격도 비싸고 미국 내 에너지 상품 재고는 줄고 있어 이들 가격이 쉽게 하락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주택공급량이 부족해 80년대 이래로 임대 주택 수요가 가장 높은 상황에서 주택 임대 계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여름이라는 계절적 상황까지 더해지며 임대료 상승폭이 평년의 계절 조정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 연구원은 "이와 같은 요인들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비용을 높인다"며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은 3분기에도 전년동월비 8%대 중반에 머무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연준의 긴축 행보를 더 재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