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과거 전례에 비춰서 저는 뭐 그 이십 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전향적 견해를 내놓으면서 8·15 광복절을 사면대상에 이 전 대통령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2021년 11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며 “집권 초기에 추진해 국민 의견도 여쭤보고 설득도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신중한 방침을 이어오던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2월31일 박 전 대통령이 복역한 지 4년9개월 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성탄절 특사로 석방돼 현재는 이 전 대통령만 복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과 형평성을 주장하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국민통합과 대한민국의 위신을 세우는 차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 필요하다”면서 “한 분(박 전 대통령)은 사면을 통해 석방됐는데 다른 한 분은 그대로 둔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점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7월 중에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석방된다면 이를 계기로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81세이며 당뇨 증세 등 건강악화를 호소하는 등 요건을 갖추고 3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집행정지는 형을 계속 집행하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는 때, 나이가 70세 이상인 때 등 조건에 해당할 때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고려할 부분이 많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광복절 특사대상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도 거론되고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다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사면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국민통합 측면에서 사면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언급은 사면이 절대 안 된다는 건 아니라는 원론적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회사자금 34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신 내준 다스의 미국 소송비 119억여 원을 포함해 163억 원 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천만 원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