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의 유럽 출장을 두고 삼성SDI가 추가 증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사장은 삼성SDI 대표에 오른 뒤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이외에도 추가 투자를 언급해 왔는데 이번 출장을 통해 유럽 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완성차업체와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길에 최 사장이 동행한 것에 배터리 경쟁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을 짚으며 적극적 대외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서 최 사장이 출장길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 안에서 이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 경영지원실장 등 요직을 거쳤고 재무 전문가로서 회사 경영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사장이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의 주요 결정에 일정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부회장의 유럽 일정에 모두 최 사장이 동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사장이 삼성SDI의 CEO로서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대규모 추가 증설 투자 또는 협력사 확보를 위한 마무리 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4일 삼성그룹이 앞으로 5년 동안 450조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여기에 배터리 투자 계획이 빠졌다. 그 뒤 증권업계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놓고 부정적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씨티증권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크게 내리면서 주력인 각형 배터리의 경쟁력 약화, 시장점유율 축소, 배터리업계의 경쟁 심화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놓고 배터리업계에서는 각형 배터리 경쟁력 약화, 배터리 경쟁 심화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삼성SDI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박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만 최근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대규모 합작사 설립을 확정했음에도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미래 생산능력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를 놓고는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고 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4.0%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경쟁사들이 발빠르게 증설에 나서고 있어 삼성SDI의 증설이 더딜수록 시장점유율이 더 하락할 공산이 크다.
삼성SDI는 초격차를 내세우며 ‘수익성’을 중시하는 사업 전략으로 경쟁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2025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는 일이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배터리 양산까지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최 사장의 이번 출장을 계기로 삼성SDI 유럽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2025년까지 유럽 헝가리에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 67GWh(기가와트시)가량을 갖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I 헝가리 생산능력은 24GWh로 파악된다.
삼성SDI가 유럽에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헝가리 공장 추가 증설이 꼽힌다.
현재 삼성SDI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헝가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SDI의 글로벌 생산거점(한국, 중국, 헝가리)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확보한 헝가리가 추가 투자의 최우선 후보지가 될 수 있다.
또 스텔란티스와 협력한 방식처럼 완성차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꾸준히 삼성SDI의 합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초 폴크스바겐이 2030년까지 전체 전기차의 80%까지 각형 배터리를 채택한다는 결정을 내린 뒤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생산능력 확대 외에도 기존 주요 공급처인 BMW, 폴크스바겐 등과 관계를 강화해 추가 수주 가능성을 키우는 방법도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 뒤 배터리 품질과 수익성을 강조하면서도 중장기 사업 전략의 하나로 생산능력 확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출장 일정과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