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대그룹 총수의 반열에 서는 것이 달갑지 않다.
SM그룹이 공정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우 회장이 사세확장의 원동력의 삼아 온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기업집단 기준의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우 회장은 SM그룹을 ‘중견기업’으로 유지하며 성장속도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는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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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 |
26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조건을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 안에 관련 규제 개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 그동안 5조 원이라는 대기업집단의 자산기준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2009년 이후 7년 동안 자산기준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대기업집단도 48개에서 65개까지 늘었다.
대기업집단의 기준이 변경되면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우오현 회장의 SM그룹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5조 원이라는 기준이 SM그룹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SM그룹은 올해만 해도 자동차 부품회사 AMD21을 계열사로 편입했고 성우종합건설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동아건설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도 선정됐다.
우오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SPP조선 인수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중견건설사를 추가로 인수할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다.
SM그룹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5천억 원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자산규모가 5조 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SM그룹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과 동일하게 60~70개의 규제를 받게 된다.
특히 우 회장은 SM그룹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가 함께 출자해 인수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주로 동원해 왔다. 그런데 SM그룹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우 회장이 지난해 동부건설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을 포기한 점도 SM그룹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자산규모가 6천억 원에 이르는 동부건설을 인수할 경우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SPP조선 인수와 관련해 “SPP조선을 살리려면 SM그룹의 계열사들이 나서서 도와야 하는데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그게 어렵다”며 “SPP조선을 포기하든지 인수한다면 다른 자산을 팔아 대기업집단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의 지정조건이 자산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되면 SM그룹은 계속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 우방, 티케이케미칼, 대한해운 등 굵직한 인수를 성사시킨 우 회장의 인수합병 감각을 통해 SM그룹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SM그룹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계열사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어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빅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인수합병 시장에 자산규모가 5천억 원에 이르는 경남기업이 나와 있고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우림건설, STX건설 등도 인수합병시장에 나온다.
SM그룹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자산기준 상향과 관련해 “대기업집단 지정을 의식하고 인수합병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에 따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이 1988년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한 삼라건설이 모체다. 삼라건설은 1990년대 주택건설 호황기를 거치며 성장해 2000년 자본금이 20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SM그룹은 2004년 진덕산업(현 우방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꾸준히 인수합병에 나서 급성장했다. 2005년 합성수지제조회사 조양과 건전지제조사 벡셀을 인수해 제조사업에 뛰어들었고 2006년 경남모직, 2007년 남선알미늄, 2008년 티케이케이말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10년대 들어서도 우 회장의 SM그룹 인수합병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010년 삼라건설보다 더 오래된 건설사인 우방을 인수했고 2011년 하이패스 1위기업인 하이플러스카드와 신창건설(현 우방건설산업)을 품었다.
SM그룹 인수합병의 정점은 2013년 법정관리 중인 대한해운 인수였다. SM그룹은 2150억 원을 투입해 자산 1조 원이 넘는 해운업계 4위 대한해운을 품었다. 그 뒤에도 동양생명과학, 솔로몬신용정보 등 다양한 회사를 인수했다.
SM그룹은 2004년 매출 754억 원, 순이익은 52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 2조5천억 원, 순이익 14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기간 자산규모는 704억 원에서 4조5천억 원으로 불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