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은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5월3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배당 등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 (5월27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말에서 보듯 최근 한 달 사이 금융지주의 배당정책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이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크게 바뀌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그동안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로 30%가량을 제시했는데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시선 변화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목표 달성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성향의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순이익 확대에 따라 배당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로 지난해 세운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순이익이 증가하면 지난해 배당성향을 그대로 유지해도 배당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김소영 부위원장이 금융지주 배당정책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올해 배당성향 자체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관련 법령은 국무총리 훈령으로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배당과 관련해 ‘건전성을 현저히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빼고는 행정지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소영 부위원장이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배당정책의 원칙을 확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논의의 방점을 배당정책의 ‘자율성’에 찍으면서 기조가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5월 초만 해도 정은보 원장은 ‘건전성’에 배당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정부 들어 은행의 자율성과 관련한 정책기조가 큰 틀에서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각 금융지주의 배당정책에 큰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 자율성이 강조된다면 배당성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확대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여겨졌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2021년 1월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를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2020년 실적과 관련한 배당성향을 20% 수준으로 맞출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4대 금융지주가 지금껏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로 제시해 온 30% 달성은 시간문제라고 바라본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조금 풀리면서 KB금융은 25.98%, 신한금융은 26.04%, 하나금융은 25.63%, 우리금융은 25.29%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2020년 20% 수준에서 크게 늘었지만 각 금융지주들이 활발히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는 유럽연합(EU)의 주요 은행들의 평상시 배당성향 40%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배당확대는 외국인투자자를 끌어들일 효율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배당은 다른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 매입·소각 등과 달리 투자자의 즉각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지속해서 확대할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배당성향 확대, 중간배당 지급 등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강화 흐름이 본격화했다”며 “최근 금융지주의 안정된 이익, 높은 자본적정성, 보수적 비용집행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 배당성향 상향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각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확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4대 금융지주는 주주가치 강화를 위해 최근 들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 역시 크게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자사주 매입·소각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배당성향 확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가지 주주친화 정책을 어떤 비중으로 진행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배당확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각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상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아 그동안 배당을 늘리면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로 이어진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곤 했다.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27일 기준 KB금융은 73.11%, 신한금융은 62.48%, 하나금융은 72.99%, 우리금융은 37.21%에 이르러 결코 낮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와같은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4대 금융지주가 즉각적으로 배당성향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많이 내놓고 있다.
자율적 배당정책이라는 큰 틀의 정책 방향성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구체적 정책 시행과정에서는 각 금융지주가 신중히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금융당국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율성을 보장해줄지는 알 수 없다”며 “금융당국이 자율적 배당정책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속도 조절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분기가 끝난 뒤 이어질 중간배당이 배당성향 확대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4대 금융지주는 모두 2분기 중간배당을 시행하고 있다”며 “각 금융지주가 2분기 배당을 어떻게 하고 금융당국이 이에 어떤 신호를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3분기와 연말 배당 규모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