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에 도입한 중금속 필터링 시스템으로 현지 당국에서 환경기술 우수상을 수상했다.
해당 공장에서 지난해부터 2차례에 걸친 무단 폐수 방출사태가 벌어진 뒤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현지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텍사스주가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유치를 노리고 있어 해당 사건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현지 지역언론 텍사스먼슬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 환경당국이 주최한 환경우수상 시상식에서 환경기술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 도입한 구리 이온 교환 시스템이 갖춘 기술적 우수성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수상 수상 기업들에 “텍사스주의 천연 자원을 보호하는 데 시간과 역량을 쏟아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반도체공장에서 방출되는 폐수 가운데 구리 성분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도입했다.
이를 통해 구리와 같은 중금속이 주변 하천으로 유입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공정을 활용해 걸러낸 구리를 판매하며 연간 약 3만5천 달러에 이르는 매출도 추가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먼슬리는 현지 환경당국이 삼성전자의 폐수 방출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계속 진행중인 상황에도 삼성전자에 환경 우수상을 수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텍사스주 정부가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신설 및 추가 증설투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 관련한 문제를 논란거리로 삼고 싶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공장은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충분히 중화되거나 걸러지지 않은 폐수를 주변 하천에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폐수 방출사건은 펌프의 전기장치 고장이 원인으로 파악됐는데 지난해 5월 독성 물질이 포함된 폐수가 주변 연못으로 퍼진 뒤 비가 내려 폐수가 하천까지 흘러가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당시 텍사스 환경당국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폐수 방출이 어쩔 수 없는 원인 때문에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고 벌금 등 조치 없이 조사를 종결했다.
두 번째 사건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높은 산성도를 보이는 폐수를 방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벌어졌다.
방출된 폐수의 양이 많았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결과로 이어졌고 현지 환경당국은 아직 해당 조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결론을 내지 않은 단계다.
그러나 아직 조사를 완전히 마치지 않은 환경당국이 삼성전자에 폐수 방출과 관련한 기술로 환경우수상을 수여했다는 점은 심각한 제재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환경당국은 삼성전자에 환경우수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하며 폐수 방출사건 조사와 환경우수상 수여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라고 밝혔다.
텍사스먼슬리는 “텍사스주가 매우 엄격한 환경 규제를 적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폐수 방출로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에 폐수 처리기술 우수상을 수여하는 일은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환경당국이 삼성전자에 제재를 내리는 대신 상을 수여한 일을 텍사스주 정부 차원의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유치 노력과 떼놓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기존에 운영하던 오스틴 반도체공장 증설 가능성도 검토하면서 텍사스주 관계당국에 추가 지원금 제공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