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계약 해지 관련 투표의 결과를 두고 조합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 해지 안건이 부결됐다고 주장했지만 조합은 재검표 결과 찬성표가 과반을 넘었다며 조합원들에게 시공계약 해지를 알렸다.
23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지위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이 법적 공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양쪽이 투표 결과를 두고 강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이 시공계약 해지 결과를 얻기 위해 일부 무효표를 임의적으로 찬성표로 돌렸다고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22일 조합 총회가 폐회한 뒤 일부의 요청으로 재검표가 진행됐다”며 “이 때 무효표를 살려내자는 주장이 있어 조합 내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총회 폐회 이후 투표결과가 변경됐다는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지난 22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 15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이 749표(49.5%), 반대가 699표(46.2%), 무효가 64표로 나타나 시공계약이 유지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촉진3구역 재개발조합은 총회 결과보고를 통해 시공계약 해지 안건이 가결됐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조합은 시공계약 해지 안건 표결 결과를 두고 이의제기가 있어 재검표를 실시했으며 결국 찬성표가 과반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변호사가 입회해 재검표를 진행했고 법적문제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의 결과보고에 따르면 22일 총회 제6호 안건인 시공계약 해지 안건의 재검표 결과는 찬성표가 759표, 반대표가 701표, 무효표가 52표로 집계됐다.
결국 재검표 결과를 보면 찬성표가 50.1%로 가결 정족수인 과반을 충족한 것이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 해지 안건이 가결된 만큼 시공사 재선정 업무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계획까지 알렸다.
다만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촉진3구역이 이번 시공계약 해지 문제를 두고 한동안 시끄러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의 재검표 결과를 두고 법적 대응까지도 고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 등으로 장기간 영업정지 처분을 앞두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일감 하나하나에 생사가 걸려있다.
더군다나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은 도급 공사비가 1조 원을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부산 서금사A구역 재개발사업, 대전 도안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경기 광주 곤지암 아파트 신축공사, 광진구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사업 등에 시공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사업, 경기 광명 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공과 아이파크 브랜드 적용이 배제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광주 사고 여파로 실적도 급감하면서 이미 추운 겨울에 맞닥뜨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4분기 실적에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따른 손실 추정액(1754억 원가량)을 반영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2020년 4분기보다 75.8%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실적에도 화정아이파크 8개동 전체 철거 및 재시공 손실 금액을 추정해 1622억 원을 추가로 손실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영업이익 680억 원에서 영업손실 941억 원으로 실적이 변경됐다.
이번 사안을 두고 촉진3구역 조합 내부 분열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합 재검표 결과로 봐도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시공계약 해지 결과를 반기는 쪽에서는 촉진3구역은 입지나 사업규모 측면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 유치에 속도를 내자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재검표 자체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소송전 등이 예상되면서 시공사 재선임 표결을 다시 진행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