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전까지 지급여력비율(RBC)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는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여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한시름 덜 수 있게 된다.
한화손해보험은 과거 저금리시대에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려고 대규모로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꿔놓았는데 금리상승기에는 이것이 채권가치 하락으로 나타나 급격하게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최근 금리상승으로 대부분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도 내년까지 적정시정조치를 유예하거나 지금껏 인정하지 않았던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잉여금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이 나올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보험사는 보험법상 지급여력비율 최저기준인 100%를 유지해야 한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금감원에서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바로 자본확충 등 재무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강 대표는 금융당국의 지급여력비율 규제 완화 결정에 큰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가 결정되면 당장 한화손해보험은 무리하게 자본확충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금리상승으로 자본 건전성을 향한 우려가 확대되었으나 새 국제회계기준 아래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며 “단기적 리스크(위험요인)보다는 제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 등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한 보험사는 채권 발행이나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재원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됐는데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서는 그러한 자본확충이 강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화손해보험의 빠른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어 강 대표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보험업종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금리상승 등 요인으로 올해 말 지급여력비율이 최대 89%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분기 기준 122.8%로 2021년 4분기보다 54.1%포인트 낮아졌다.
현행 건정성 규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강 대표는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채권 발행에 나서거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자본확충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강 대표는 지급여력비율 규제 범위를 충족하기 위해 최근 2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재무관리의 부실보다는 금리상승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말까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계속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과거 금리하락기에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꾸는 작업을 다른 보험사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진행한 만큼 건전성 규제에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손해보험은 2020년 금리하락기에 약 4조 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꾸었다.
과거와 달리 요즘처럼 금리가 상승하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놓은 채권의 가치가 감소해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게 된다.
강 대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재무건전성 개선 부담을 덜게 되면 신규 계약 확대 등 매출 확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손해보험은 2020년 3월 강 대표가 구원투수로 투입된 뒤 경영이 정상화된 만큼 다음 단계는 외형 성장을 이룰 차례다.
강 대표는 특히 배타적 사용권을 위해 새 보험상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 관련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쉽게 인식시킬 수 있다. 일정 기간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어 고객 선점효과도 볼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무배당 라이프플러스 소득안심 건강보험의 ‘상해질병 치료지원금’ 특약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한화손해보험에 따르면 상해질병 치료지원금 특약은 연간 치료비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보완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상품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강 대표는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2년 더 한화손해보험을 이끌게 됐다.
강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사 내 임직원의 역량과 자질은 어느 보험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