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가 7나노 미세공정 기술 상용화를 통해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위탁생산 경쟁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SMIC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른 반도체장비 수급 차질이 큰 걸림돌로 남아있다.
19일 증권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SMIC는 앞으로 7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주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과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SMIC는 이미 7나노급에 해당하는 N+2 공정을 도입해 고객사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전 공정인 8나노급 N+1 공정 반도체 양산도 진행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경쟁사의 최신 공정인 4나노 미세공정보다 2~3년 정도 뒤처진 기술에 해당하지만 신규 공정 도입에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나노급 파운드리 공정은 여전히 모바일 프로세서와 CPU 등 고성능 반도체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상위 파운드리업체들도 아직 해당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SMIC가 중국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7나노급 미세공정을 앞세워 파운드리 수주를 확대해 나간다면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으며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시킹알파는 SMIC가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하지 않고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한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하며 파운드리업계 전반에 공급 과잉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TSMC 및 삼성전자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7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시장에 SMIC가 신규 경쟁사로 진입하게 되는 만큼 시장 경쟁과 위탁생산 단가 하락을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삼성전자와 같이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크게 앞서나가고 있던 반도체기업도 SMIC의 빠른 기술 발전 성과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SMIC는 중국 선전에 23억 달러(약 2조9천억 원), 상하이에 88억 달러(약 11조2천억 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시킹알파는 SMIC의 7나노급 미세공정 반도체가 신규 공장에서 이르면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MIC의 1분기 매출은 18억419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66.9%, 순이익은 7억5030만 달러로 같은 기간 2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 수혜를 봐 고객사를 확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SMIC가 주요 경쟁사로 급부상하며 시장 변화를 주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SMIC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발전은 EUV장비 공급 차질에 따라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7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EUV장비가 현재 미국 정부의 제재로 SMIC에 판매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EUV장비를 통해 3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SMIC가 장비 수급 문제로 더 앞선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시킹알파는 SMIC가 2020년부터 미국 정부 제재로 ASML의 장비를 사들이지 못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제재가 더 강화돼 다른 장비도 반입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중국 정부 차원에서 SMIC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반도체 자급 목표 달성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오히려 중국의 공격적 투자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
SMIC가 정부 지원을 받아 최신 7나노 공정 생산라인을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다면 세계 파운드리업황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시킹알파는 “SMIC의 7나노 공정 활용은 TSMC와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을 침범하는 일”이라며 “7나노 공정의 본격적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SMIC는 다른 반도체기업에서 중고 EUV장비를 사들이는 등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킹알파는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 이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만과 한국에 이어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주요 보유국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