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
[비즈니스포스트]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6조 원 규모의 자산과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등 한전의 재무위기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영업손실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어 정 사장의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전은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발전자회사 사장들이 참여하는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한전은 재무개선 방안을 결정해 공개했다.
발전자회사의 유연탄 공동 구매 등 전력 발전원가 절감과 경상경비를 30% 절감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특히 한전 보유 지분과 부동산을 매각해 유동성 마련에 나선다.
한전이 매각 대상으로 꼽은 보유 지분은 한전기술 지분 14.77%, 한국전기차충전 지분 등이다.
그 밖에 한전KDN 등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상장한 뒤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유 부동산을 놓고는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까지 세웠다. 이에 경기 의정부 변전소 부지 등을 매각해 7천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해외 석탄발전소 역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일부 가스 발전사업 매각도 검토한다.
정 사장은 이번 재무개선 방안을 놓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그간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 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재무개선 방안이 모두 한전의 뜻대로 진행된다 해도 한전의 재정난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재무개선 방안의 내역을 보면 긴축경영으로 2조6천억 원, 해외사업 구조조정으로 1조9천억 원, 출자지분 매각으로 8천억 원, 부동산 매각으로 7천억 원 등 모두 6조 원 규모다.
반면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비싸게 산 뒤 싸게 가정과 공장에 공급하는 가격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한전의 재무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치된 결론이라는 점에서 정 사장은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발전원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한전의 영업손실은 올해 연간 2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을 20조8414억 원으로 전망하며 “올해 2분기에는 영업손실이 4조7천억 원으로 줄어들 수도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4분기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전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전기요금에 확실한 원가연동제 적용, 전력구매단가(SMP) 상한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당장 전기요금 조정이나 전력구매단가 상한제 등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경제가 물가 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는 상황에서 주요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의 인상은 정부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전력구매단가 상한제 도입을 놓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도입이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전력도매단가의 상한 수준에 따라 한전 자회사는 물론 민간 발전사까지 영업이익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생산 시장에서 민간 발전사는 30% 안팎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도매단가 상한제는 2013년에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민간발전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새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정책변화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