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18일 연간 최대 1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6만6천m2 부지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세운다. 2023년 상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기아는 양산 시점에서부터 연간 10만 대 생산 능력을 확보한 뒤 시장 상황에 맞춰 최대 15만 대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송호성 사장이 PBV 생산을 본격화하는 2025년을 준비하는데 있어 최근 레이의 판매 호조는 의미가 크다.
기아 판매실적 IR(기업설명)자료를 종합하면 레이는 올해 1~4월 1만4375가 팔리며 기아 승용모델 7개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1만1687대보다 판매량이 23% 늘었다.
지난해 레이가 출시 직후인 2012년 이후 연간 최대 판매 실적인 3만5956대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판매 12년차에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특히 올해 4월 레이는 3993대가 팔리며 2012년 4월 이후 10년 만에 월간 최대 판매 실적기록을 새로 썼다.
최근 레이의 높은 인기는 차박(차를 숙소로 하는 캠핑) 유행을 맞아 우수한 공간활용성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덕분으로 분석된다. 레이는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전고(차 높이)와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가 차급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차인 레이의 전고는 1700mm로 기아 중형 SUV 쏘렌토와 같고 축거도 한 차급 위인 현대차의 소형 SUV 베뉴와 같은 수준이다.
기아 영업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는 레이 출고를 늦추는 원인이 됐던 내비게이션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공급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판매 실적 전망도 밝다는 시선이 많다.
레이는 전체 판매 실적뿐 아니라 앞으로 기아의 PBV 전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송 사장은 레이의 넓은 실내공간을 활용해 PBV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올해 3월 인베스터데이에서 고객중심 기업으로서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각자의 목적에 맞는 모빌리티 및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하겠다며 핵심 미래 사업으로 PBV를 점찍었다.
PBV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용도를 달리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을 말한다. 차체를 움직이는 하부와 사람 또는 사물을 위한 상부로 나뉘어 상부 설계나 디자인을 바꾸면 전혀 다른 차량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오피스, 식당, 카페, 숙박공간, 약국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PBV 개념을 처음 제시한 바 있다.
송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기아는 단기적으로는 파생 PBV로 먼저 신시장을 개척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용 PBV와 자율주행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에 PBV 공급 물량을 점차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선 레이 등 같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기존모델을 활용한 파생 PBV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뒤 전용 PBV 전기차로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것이다.
전용 PBV는 평평한 ‘PBV 전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차체를 결합할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해 이날 신설계획을 발표한 PBV 전용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앞서 2월 기아가 출시한 레이 1인승 밴이 파생 PBV에 해당한다. 기아는 레이 1인승을 놓고 “앞으로 PBV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며 “극대화된 공간 활용성과 적재 편의성으로 경차 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레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신차가 출시될 예정인데 이 모델이 또 다른 레이의 파생 PBV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는 3월3일 열린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가지 레이 파생 PBV 모델을 소개했다. <기아>
기아에 따르면 레이의 새 파생 PBV 모델은 5인승 풀플랫(모든 좌석을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 모델)으로 출시된다.
기아는 새 모델 내부를 평평한 공간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해 차박이나 파트타임 배송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 활용성을 대폭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PBV는 고객별 맞춤형으로 설계돼 생산되는 상용차 시장으로 분류된다. 그런 만큼 PBV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 파생 PBV 모델에서 양산 경험을 쌓고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두는 일이 중요하다.
기아가 레이의 판매 상승세를 하반기 신차 출시까지 이어가면 3년 뒤 전용 PBV 모델을 차질 없이 출시하기 위한 소비자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 사업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레이와 관련한 판촉 행사는 늘어나고 있다. 출고적체가 지속되면서 완성차 업체가 제공하던 기본 구매할인이 사라지는 등 신차 구매 프로모션이 축소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레이 신차가 하반기 나올 때까지 현재의 판매 호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2월 레이 1인승 밴을 출시하면서 3월부터 ‘다목적 지원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첫 1년 동안은 이자만 납부하거나 300만 원 규모의 무이자 추가 대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였다.
또 4월부터는 레이와 모닝을 리스 또는 렌트로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첫 납입금 50만 원을 감면하고 주유비 연간 최대 32만 원을 깎아주는 행사를 추가했다.
이렇게 추가된 행사를 포함해 ‘소상공인 구매지원 프로그램’과 ‘대한민국 대표 경차 No.1 구매프로그램’ 등 5월 레이 구매 고객에게는 4가지 프로모션이 제공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신차 구매 프로모션은 상황에 맞춰 하는 것이다 보니 특정한 이유 때문에 진행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