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동건설시장 전문매체 MEED 등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스마트시티 네옴(Neom)의 옥사곤 항만공사 입찰 기한을 7월3일까지로 설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의 한 축을 담당할 8각형 부유식 도시 옥사곤(OXAGON)과 관련해 두바(Daba)항 준설 및 안벽 공사에 세계 건설회사들에 입찰을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벨기에 데메(DEME)와 얀데눌(Jan De Nul), 네덜란드의 반오드(Van Oord)와 웨스트민스터(Royal Boskalis Westminster) 등과 함께 이번 입찰 요청을 받았다.
특히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옥사곤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0월 “옥사곤은 '사우디 비전2030'에 따른 우리의 야망을 충족시키며 네옴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성장과 다양성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옥사곤은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네옴시티의 일자리와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7년 10월 5천억 달러(600조 원)를 투자해 첨단 미래형 신도시(스마트시티) 네옴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시티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적용해 교통, 환경, 주거 등 도시문제를 해결한 똑똑한 도시를 뜻한다.
이는 석유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경제 육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비전2030'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홍해와 아카만 해안 450㎞를 따라 2만6천㎢(서울시의 44배)에 이르는 부지에 요르단-이집트-사우디를 연결하는 경제 삼각구를 구축하고 미래형 산업·주거 특구를 개발하는 것이다.
네옴은 100% 신재생에너지 자원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 리야드 내 차량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인프라 조성 등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사우디 아라비아에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네옴시티는 미래형 도시답게 운송수단을 모두 지하화하고 로봇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대규모로 보급한다는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영조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은 지난 2월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 LEAP 2022에 참여해 스마트시티의 청사진도 내놨다.
지 사장은 당시 “스마트시티가 정말 스마트하려면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은 육상교통에 강점을 가졌고 여기에 충실하면서도 도심항공모빌리티와 같은 특수목적 자율주행 운송수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현대건설은 스마트시티 관련 경쟁력을 쌓아왔다.
현대건설은 18일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를 운영하는 사업법인(SPC)의 민간 사업자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스마트시티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도심항공모빌리티 수직이창륙장인 버티포트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 이지스자산운용과 버티포트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이런 준비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현대차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 인프라 확충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무공해 이동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도심항공모빌리티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일 도심항공모빌리티 개발사 볼로콥터(Volocopeter)에 물류용 화물드론 등 15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이동 시스템은 네옴의 도시 중심인 더라인(TheLine)과 옥사곤 사이 170㎞ 구간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더라인은 지상은 보행자를 위한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되고 철도, 도로 등 교통 인프라는 지하에 위치한다.
더라인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도로에는 전기차만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함께 지난 3월 네옴시티에 건설되는 32㎞ 길이의 철도 터널 공사에 입찰했다. 이 공사는 네옴시티의 더라인을 구성하는 핵심 가운데 하나로 수주 결과는 늦어도 올해 3분기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 사장이 더라인 관련 철도 터널공사와 옥사곤 관련 두바(Daba)항 준설 및 안벽 공사를 따낸다면 현대차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투자계획에 초석을 마련하는 셈이다.
윤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주를 통해 올해 초 부진했던 해외수주 성적도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별도기준으로 올해 5조6천억 원의 해외수주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하지만 해외건설협회 기준으로 5월 초까지 3억9천만 달러(4700억 원) 수주를 하는 데 그쳤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16억8600만 달러), 롯데건설(14억1700만 달러), 삼성물산(9억4700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8억5700만 달러) 등에 이어 8위에 머무르고 있는 성적이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수주 소식을 전해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건설의 수주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필리핀 남북철도(2조 원), 카타르 라스파판 석유화학 프로젝트(2조 원), 싱가포르 병원공사(1조 원)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석유화학 프로젝트 각각 1조 원 규모 등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하반기에 해외 수주 기대감이 충분하다”며 “일반적 토목사업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재생에너지 등에도 강점을 보유해 변화하는 수주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