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과업계에서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7월 합병 이후 실적개선이 본격화되면 오리온이 그동안 지켜온 '제과회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합병을 통해 오리온이 2019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줄곧 지켜온 선두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제과가 합병을 통해 2022년 매출 3조8천억 원, 영업이익 181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2.93%, 영업이익은 23.13%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오리온은 2022년에 매출 2조5702억 원, 영업이익 426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보다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45% 증가하는 것이다.
때문에 허 부회장은 선제적으로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해서 향후 롯데제과와의 1위 쟁탈전에 필요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이 최근 발표한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4월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의 해외매출이 지난해 4월보다 크게 성장했다.
매출 성장률은 중국 15.3%, 베트남 45.5%, 러시아 35.2%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법인별 영업이익 증가율은 중국 113%, 베트남 91%, 러시아 50%에 달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중국사업을 두고 “중국의 봉쇄정책에도 초코파이 등이 민생 필수품으로 지정돼 상해공장은 가동률이 80%까지 상승했고 광저우와 쑨양공장도 정상가동하고 있다”며 “오리온은 생산이 회복되는 등 코로나19 봉쇄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리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상황에서도 생산량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우크라이나인데다 원재료를 러시아와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어 루블화 변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며 “상반기 안으로 러시아공장을 완공해 생산량을 늘리며 향후 유럽 생산물량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앞서 4월 열린 ‘최고경영자 주관 증권사 간담회’에서 해외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당시 “중국에서 주요 제품을 증량해 경쟁력을 높이며 하반기에는 신제품을 늘려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며 “러시아에서 5월 가동하려 했던 새 공장을 6월 말부터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올해 3월 롯데그룹의 식품계열사인 롯데푸드와의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7월1일을 합병기일로 정했다.
롯데제과는 올해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러시아와 인도,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의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오리온은 먼저 중국에서 유통채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e커머스 채널에 초코파이 바나나, 참붕어빵 등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전통 채널인 오프라인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베트남을 전진기지 삼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베트남시장에서 올해 매출 4천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며 간편대용식(HMR)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러시아에서는 6월 말부터 제2공장의 가동을 본격화한다. 해마다 10억 개 이상의 초코파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에는 유럽시장에 진출할 때 생산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롯데제과가 러시아시장에 진출을 목표로 삼은 만큼 오리온에게 러시아시장 점유율 선점은 매우 중요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리온의 해외시장 지배력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봉쇄조치 이슈가 일시적이고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현재 시장 내 제품 브랜드력과 무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리온은 향후 해외시장의 지배력 추가 확보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