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05-17 14:57:4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이사가 중국 진출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중국에서 사업기반을 탄탄히 다져온 애슬레저업체 배럴을 품에 안아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이사.
17일 패션업계에서는 더네이쳐홀딩스가 애슬레저업체 배럴을 인수하기로 밝힌 것을 놓고 중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럴은 2010년 설립된 국내 워터스포츠웨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주력상품인 래시가드를 포함한 워터스포츠 브랜드 ‘배럴’과 애슬레저 브랜드 ‘배럴핏’을 가지고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두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배럴이 82.8%로 앞도적으로 높지만 2018년 론칭한 배럴핏도 해마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배럴 인수를 놓고 "사업다각화를 위한 지분 인수"라고 밝혔는데 그 이면에는 중국사업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런 분석은 배럴의 성장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배럴은 2018년 중국 선전에 현지법인 ‘백애락체육용품유한공사(이하 백애락)’를 설립해 직접 진출했다. 배럴은 이랜드그룹에서 중국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인물을 현지법인 지사장으로 영입하고 징동, 타오바오 등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몰과 선전, 광저우 등 중국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왔다.
배럴은 중국법인 백애락에 지속적으로 출자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배럴은 백애락에 2019년 36억 원, 2021년 12월 23억 원을 출자해 중국 내 현지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배럴의 중국법인 매출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배럴 중국법인 매출은 2020년 약 13억 원에서 2021년 21억 원으로 늘어나며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가 배럴을 인수한 것은 결국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더네이쳐홀딩스의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의 중국 진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중국 내 7천여 개의 유통망을 가진 덴마크의 베스트셀러그룹과도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한 박 대표는 하반기부터 상하이를 중심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이 계획은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박 대표의 배럴 인수는 더네이쳐홀딩스를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실현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패션시장인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가는 하나의 관문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20년 7월 더네이쳐홀딩스의 상장을 앞두고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글로벌 패션시장을 누비며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브랜드 사업을 전개해왔다"며 "지금은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적기로 국내시장의 성공노하우를 발판삼아 고속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9년 홍콩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1호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홍콩에서만 매장 5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베이징에서 팝업스토어를 5주 동안 운영하면서 100만 위안(2억 원)이 넘는 매출을 거둬들이는 등 중국 본토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21년에 해외매출로 35억 원을 내고 수출금액은 11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231.1%, 수출금액은 90.4% 증가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뒷받침할 브랜드 라인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재 더네이쳐홀딩스의 주요 브랜드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NFL, ‘JEEP’ 등이 있다. 배럴을 통해 애슬레저와 워터스포츠웨어를 보강했는데 이에 더해 앞으로는 골프웨어까지 넘볼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지난해 골프웨어업체 '테일러메이드'에 지분투자를 시도했고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투자는 모두 무산됐지만 박 대표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받쳐줄 사업으로 골프웨어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 대표가 4월 골프장 사우스스프링스CC에 300억 원 규모로 지분투자를 하고 김효겸 전 골프존엔터 대표이사를 더네이쳐홀딩스의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도 골프사업을 향한 의지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더네이쳐홀딩스는 2021년 12월 드라마 OST 제작사 ‘모스트콘텐츠’에 10억 원 규모로 투자해 콘텐츠 분야로도 발을 넓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