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인이 만든 가상화폐 ‘루나’가 급락하며 가상화폐 시장에 겨울을 빠르게 불러오고 있다.
시가총액 40조 원 규모를 넘나들던 루나가 단 일주일 만에 시세가 급락해 약 1조 원 규모로 줄어들면서 금리인상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는 한층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루나는 오후 4시49분 기준 1LUNA(루나 단위)당 504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92.46%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전날 대비 69% 넘게 빠졌다.
올해 3월10일 16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당시 시세의 약 3%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번 시세 급락은 루나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깨지면서 촉발됐다.
루나는 한국인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대표가 개발한 가상화폐다.
권 대표는 달러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데 루나는 이 테라의 가격 유지를 돕는 채굴코인이다.
테라의 가격이 달러보다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여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달러보다 높아지면 테라를 추가 발행해 가치를 떨어뜨린다.
문제는 테라가 다른 담보가 없이 전적으로 루나에 의해 가치가 유지되는 구조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운영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와야 하는데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 시세가 폭락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자체 발행한 루나를 통해 테라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폰지사기’와 같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테라의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루나의 가치도 함께 떨어졌고 테라가 계속 1달러 미만에서 거래되면서 루나 가격은 급락세를 이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테라와 루나에 의해 유지되는 가격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돼 매도세 확산을 가속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가뜩이나 약세 흐름을 보이던 가상화폐시장에 찬물을 끼얹자 루나의 시세는 더욱 빠르게 하락했다.
4천만 원 초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비트코인은 루나 시세의 급락에 영향을 받아 3800만 원대까지 주저앉았고 다른 가상화폐들도 두 자릿수 가량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었던 루나가 11일 하루 만에 97% 넘게 빠지는 상황을 투자자들이 목격하면서 다른 가상화폐에 관한 투자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1일 이번 사태를 2007년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전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빗대며 “수천 명의 투자자는 이제 거의 모든 돈을 잃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루나의 시세 급락에 따라 앞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규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는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셰러드 브라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의회와 감독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10일 열린 청문회에서 “테라의 뱅크런 사태를 알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