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형록 발란 대표이사가 오프라인으로 영토를 확장한다.
발란의 오프라인 진출은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쟁 온라인 명품플랫폼 기업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발란이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하반기 서울 여의도 IFC몰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발란은 그동안 ‘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라는 광고문구를 내세워 온라인 명품시장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에 주력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이 광고문구를 내걸었던 발란의 오프라인 진출은 다소 의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란을 이끄는 최형록 대표의 말을 보면 유통업계의 큰 흐름인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최 대표는 "발란이 명품 구매가 아닌 럭셔리 쇼핑 전 과정을 개선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매장을 넘어 특별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옴니채널 전략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구매와 제품 수령의 과정을 소비자 편의에 맞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 대표가 강조한 옴니채널 전략 역시 온라인 명품플랫폼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상품수령까지의 소요시간을 단축하거나 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동시에 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명품시장은 최근 수 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이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를 해야하는 현상을 두고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원하는 물건의 재고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해 헛걸음을 하기도 하는 등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원망과 불만도 많았다.
최 대표가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통해 노리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고객들의 불만 요소를 발란의 새 사업 기회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발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시스템은 물론 매장 내부에서 앱으로 결제하고 상품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고객경험의 수준도 끌어올리려 한다.
발란은 명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체험하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판단하고 편집숍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발란에 따르면 첫 오프라인 매장은 △초고가(하이엔드) △새명품(컨템포러리) △아웃도어 구역으로 나뉜다.
여러 제품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만큼 오프라인 유통망의 필수 요소인 체험적 요소를 대거 보강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최 대표가 추진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한다면 발란은 온라인 명품플랫폼업계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발란은 지난해 거래금액 3150억 원, 매출 522억 원을 냈다. 경쟁업체인 머스트잇(거래금액 3500억 원, 매출 200억 원)이나 트렌비(거래금액 3200억 원, 매출 218억 원)보다 거래금액은 적지만 더 많은 매출을 내며 명품플랫폼업계 선두자리에 올라섰다.
최 대표는 올해 발란의 거래금액 목표를 1조 원으로 잡으면서 명품플랫폼업계 선두를 넘어 경쟁플랫폼과 격차를 더욱 벌리려고 하는데 이 전략에 오프라인 매장은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최 대표는 거래금액을 확대하기 위해 명품 카테고리 확장도 추진한다. 현재는 잡화분야에 한정한 명품만 취급하지만 하반기에는 가구, 화장품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카테고리 확대도 계획 중이다.
최 대표는 현재 최대 1천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면 발란의 기업가치는 8천억 원으로 기존보다 4배 불어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거리두기 해제는 명품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머스트잇은 실제로 지난해 12월 발란보다 빠르게 오프라인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머스트잇은 6월 이마트24와 협업해 이마트24 삼청동점에 명품 전시공간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적극적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