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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의 음악적인 신념과 오케스트라의 상황, 단원들의 연주력 등이 매번 잘 맞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다. | ||
4년간 기다렸던 우리의 월드컵은 어이없게 종료되었다. 필자가 어이없다고 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오케스트라 단원, 심지어 그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선임한 협회마저도 말이다. 우리나라가 먹었던 골들은 사실 월드컵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수준의 골이었다.
오케스트라나 축구대표팀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이 오면 당연히 모든 책임은 지휘자가 진다. 아니 져야만 한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축구 마니아 필자는 두 주에 걸쳐서 이 상황을 분석하고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보는 흥미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번 주는 홍명보라는 지휘자를 선임하기까지 일들이고 다음 주는 홍명보라는 지휘자에 대한 책임론이다.
2010년 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역사상 첫 원정 16강에 성공한 이후 허정무 감독은 명예롭게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은 4년간 또 다시 수장이 3명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정작 월드컵 본선 감독으로 아시아 최종예선을 지휘하지도 않은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다. 이는 2002년 히딩크의 성공 이후 쿠엘류와 본프레레를 거쳐 아드보카트가 본선에서 팀을 지휘했던 경우와 꽤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그마나 히딩크의 여운으로 인하여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게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걸 실제 오케스트라라고 치자. 요즘 오케스트라에서 한 지휘자에게 주어지는 계약기간은 2년 내지 3년이다. 음악이 스포츠처럼 승부를 가르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솔직히 2년 혹은 3년이라는 계약기간은 지휘자에게 짧다면 짧은 기간일 수 있다. 지휘자마다 원하는 소리가 있고 지휘자마다 추구하는 음악적 신념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오케스트라를 파악하고 지휘자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사실 연습뿐 아니라 연주라는 실전을 통한 경험이 지휘자에게도 필요하다. 앙상블이라는 것은 한두 번의 연주가 좋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공립 오케스트라는 그나마 거의 매일 출근하니 얼굴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한다. 그러나 국가대표 축구팀은 과연 1년에 몇 번이나 모일 수 있을까? 물론 지휘자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독선이나 결함이 있다면 2년이라는 계약기간은 아주 길지만 말이다.
2010년 이후의 월드컵 도전기를 보자. 조광래 감독의 선임은 꽤 의외였다. 그는 야인으로까지 불리며 협회와 거리를 둔 인물이었다. 그가 경남에서 보여준 아기자기한 축구는 꽤나 인상적이어서 필자를 비롯한 축구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모았다.
사실 2011 아시안컵에서 희망도 보았다. 이청용이 ‘만화축구’라고까지 표현했던 아기자기한 패싱축구는 그 당시 많은 팬들에게 우리도 스페인처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문제는 그게 수비에 비중을 두고 웅크리기만 하는 아시아권의 약팀에게 절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감독은 플랜B는 아니더라도 전술상으로 최소한의 유연성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조광래의 신념은 너무나도 확고했다. 이 부분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같은 고민을 갖는다. 자신의 음악적 신념과 오케스트라의 상황, 단원들의 연주력 등이 매번 잘 맞기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휘자는 약간의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은 지휘자의 책임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신념대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도 좋지만, 결국 연주는 단원들이 하는 것이다. 이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주가 안 좋았을 경우 오히려 단원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며 막말을 하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실패하는 지휘자들이 꽤 많다.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세 골 차로 참패하고 약체 레바논에게 패하는 등 2차예선 통과도 가물가물해지자 축구협회는 밀실행정으로 조광래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최강희 감독 선임이라는 악수를 두고 만다.
최강희 감독은 임기시작 직후 자신의 임기는 최종예선까지라고 계약기간을 명확히 밝혔다. 그런데 이것은 리더쉽에 있어서 최악이다.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왔는데 "저는 다음 지휘자 올 때까지 올해 잡혀 있는 연주들만 지휘하고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하면 어떤 단원이 지휘자가 원하는 소리를 제대로 내고 그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다른 지휘자가 오면 그 사람이 요구하는 또 다른 소리를 내어야 하고 또 다른 음악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객원 지휘자를 매번 모시면 그러려니 하고 연주하겠지만 말이다.
음악이 악보만 보고 연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필자가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이 최초의 지휘자 륄리 이후 지휘자라고 불리운 사람들은 작곡가의 음악에 자신의 음악적 해석과 신념을 덧붙여서 최고의 연주를 만들어 냈던 사람들이다. 같은 오케스트라가 다른 지휘자의 지휘로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소리가 완벽하게 달라져있는 것을 필자는 수도 없이 경험했다.
최강희 체제의 최종예선은 당연히 불안했다. 리더쉽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21세기를 살고 있는 선수들에게 20세기의 축구 옷을 입혔다. 그것도 아무도 입지 않는 옷을.
현대의 악기로 현대의 곡을 연주하는 것에 특화된 단원들에게 바로크시대 악기를 쥐어주고 바로크음악 스타일로 연주하라고 하면 그게 되겠는가. 최종예선은 조2위로 어떻게든 통과했으나 경기내용이나 결과는 결코 좋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SNS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도 터졌다. 뭐 목표는 달성했으니 최강희라는 지휘자는 어쨌건 자신의 일은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협회는 월드컵 본선을 치룰 지휘자로 한국축구의 레전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기에 이른다.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은 어떤 것이었을까? 홍 감독은 어떤 마에스트로였을까?
|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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