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보자는 지명 당시까지만 해도 호남 출신에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라는 점 등에서 청문회를 쉽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고문 등으로 재직하며 고액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한 후보자가 관료 재직 당시 외국계 회사에 주택을 빌려주고 거액의 임대소득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됐다. 인근 토지보다 비싼 값에 처가의 땅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주미대사 재임 당시 배우자가 워싱턴 영사관 등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며 제기된 이른바 '배우자 찬스' 논란이 빚어졌고, 주미대사 공관 동창회 논란과 호텔 피트니스 공짜 사용 등의 의혹까지 사고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한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일정 연기를 공식 요구하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한 후보자와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의당 의원 8명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정의당 양당은 25일과 26일로 예정된 한 후보자 인사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이 불가능함을 말씀드린다"며 "그동안 양당이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한 후보자 측이 국회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첫 총리 후보자부터 낙마하게 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한 후보자를 엄호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 초대 총리에 지명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두 아들의 병역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도 못한 채 지명 5일 만에 물러나면서 정부 출범 시작부터 삐끄덕 댄 적이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한 후보자의 오랜 경륜과 경험은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가 과거와 같은 망신주기나 근거없는 흠집내기로 흘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이외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와 정호영 후보자를 최우선 낙마 대상에 올리고 한동훈 후보자와 정호영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막기 위해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표결을 부결시킬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관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데 그 경우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이 부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호영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편입 관련 의혹 및 병역면제 등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돼 있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당시 국민의힘이 문제 삼았던 '부모 찬스'와 동일한 검증 잣대를 적용하겠다며 검증의 칼날을 벼르고 있다.
지명 자체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한동훈 후보자는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됐다. 한 후보자가 검사 임관 전 자신의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최근 한 후보자가 2016년 최순실 특검팀에서 삼성그룹 수사를 전담할 당시 삼성물산 전 고위 임원의 집에서 전세로 거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후보자 측은 정상적 계약이었으며 수사와도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구체적 전세보증금 액수 등은 밝히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과 후보자도 민주당의 검증 도마에 올라있다.
김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재임 때 그의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을 간 사실이 알려져 '아빠 찬스'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더불어 김 후보자가 장교로 군복무하던 시절 한국어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첫 학기까지 마친 사실도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외대 총장 시절 롯데첨단소재(현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1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은 사실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대학교수는 영리 목적의 사기업체 사외이사를 겸직하려면 소속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서 '셀프허가'를 했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아빠찬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가 사외이사를 맡은 회사 계열사에 아들이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고 딸도 후보자가 근무하는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