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프레스센터에서 ‘동원산업 불공정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기관투자자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프레스센터에서 ‘동원산업 불공정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투자자 등을 초대해 동원그룹의 합병 계획을 비판했다.
앞서 동원그룹은 기존 순수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계열사인 동원산업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합병비율을 3.8385530대1로 산정했다.
합병비율을 두고 동원산업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평가기준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종속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2.6배, 5년 평균 지배손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4.2배로 동원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 0.6배, 5년 평균 지배손익 기준 주가수익비율 6.7배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비롯해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 심혜섭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분과 부위원장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김규식 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종속기업 동원시스템즈의 지분 가치인데 평가기준일에 동원시스템즈는 기업가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며 “동원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동원산업의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이런 시점에 합병을 결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시 상장사의 합병가액을 시가 또는 순자산가치로 정할 수 있으므로 시가를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원산업이 기준시가로 정한 1주당 24만8961원은 회사의 1주당 순자산가치(38만2140원)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김 회장을 비롯한 발제자들은 상법 제398조를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동원그룹의 합병 계획이 위법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법 제398조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와 회사 사이 계약에서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모두 공정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김 회장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종속회사인 동원산업의 합병이기 때문에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로써 전형적 이해충돌 행위이므로 훨씬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그동안 시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비율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위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비율이 지주회사 대주주에게 특별히 유리한 상황에서 회사가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지 입증하지 못하면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절차 측면에서는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외부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내용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 계획을 자발적으로 재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만약 회사가 기존 계획을 강행할 경우 소송 등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는 소송 가능성과 관련해 “주주대표 소송은 손해가 확정됐을 때 진행될 수 있기 떄문에 사전에 시정될 수 있도록 회사가 합병 계획을 재고해 새로운 방안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다”며 “이번에 그런 사례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 변호사는 “동원그룹이 지속적으로 합병 계획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라면 추후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주주로서 투자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인데 거버넌스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으면 동원산업처럼 대주주만 향유하게 된다”며 “(해외 투자자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기업 거버넌스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도 “동원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어렵게 이 자리에 나왔다”며 “최대주주와 경영진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를 경영해야 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과실을 전체 주주와 공유하는 것이 의무이다”고 강조했다.
김규식 회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 회사의 경영 사항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에 포럼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한국이 이제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중차대한 시기로 주주권리가 일상적으로 침탈되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한국이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