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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구조조정 자구안 제출 앞두고 '동상이몽'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5-17 15: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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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3사, 구조조정 자구안 제출 앞두고 '동상이몽'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조선3사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는 현재의 생산설비가 과잉이기 때문에 생산력을 줄이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정부의 지원을 세번이나 받은 대우조선해양과 구조조정의 강도가 같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빅3가 30%씩 설비 줄이자”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조선업계의 설비과잉을 해소하지 못하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며 “빅3가 나란히 설비를 30%씩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대형 조선사들이 각자 생산설비를 30%씩 줄여 ‘수주절벽’을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해 설비과잉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선업계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정 사장은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라며 “대우조선해양을 없애면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경쟁력까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에 앞장서는 등 과당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가를 절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응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자동차에 비유하며 “(대우조선은)성능은 뛰어나지만 한때 운전자가 운전을 잘못해 사고가 난 차”라며 “운전자가 바뀌었는데도 한때 사고가 난 차량이라고 폐차시키라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조선업계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해양플랜트와 저가수주로 현재 국내 조선업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대우조선해양이 책임을 회피한 채 일방적인 '공동책임'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조선업계에 사단이 생긴 원인 중 하나는 대우조선이 발주사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저가수주 관행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마치 정부 관계자처럼 얘기를 해서야 되겠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정 사장 말대로) 원가절감 덕분에 저가수주가 가능했다면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은 왜 발생한 것이냐”며 “자기반성과 구체적인 구조조정안도 제출하기 전에 같이 살기 위해서 모두 함께 줄이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도 “채권단 관리와 주채권은행 자구안 점검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조선업이란 틀에 묶여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부실에 책임을 져야할 대우조선 최고경영자가 제3자적 관점에서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3사, 구조조정 자구안 제출 앞두고 '동상이몽'  
▲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전용 도크인 H도크.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구조조정은 안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정부 지원을 세차례나 받은 대우조선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구조조정 강도가 같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당연히 생산설비를 줄이겠지만 대우조선과는 그 규모와 방식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조선산업의 위기를 불어온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한 설비감축을 논의하기 전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먼저 확정해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입장이 조금 다르다.

현대중공업은 빅3 중 유일하게 조선 및 해양부문의 비중이 50%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선3사 가운데 위기 극복에 가장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9개 사업부문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를 보유한 정유부문이 회사 전체실적 가운데 31.4%를 차지하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조선업계 침체를 불러왔지만 정유업계에는 호재이기도 하다. 업황에 따른 방향성이 달라 사업구조가 안정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비중이 엔진기계나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정유, 금융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조선3사 가운데 가장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박원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의 비중이 50% 미만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한창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조선•해양 부문 집중도가 가장 높다. 조선해양업계 침체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은 LNG선, 드릴쉽 등 조선해양부문의 매출비중이 전체의 99.5%를 차지한다.

삼성중공업은 20일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해야 하는데 자구안 강도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외법인의 재무구조 부실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도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지닌 초대형 선박 등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중소 조선사와 협업 또는 합병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내부에서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라고 제안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두 회사 조선소가 모두 경남 거제에 있다보니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 1순위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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