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방송법 8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국회의 방송법 개정 움직임과 5월 발표될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자산총액 발표에 맞춰 지상파방송 SBS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태영그룹과 국회 쪽 말을 종합하면 태영그룹이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겨 5월 발표될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새로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초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태영그룹은 2021년 5월 발표 때 자산총액 9조8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발표될 현황에서는 10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는 기업은 지상파방송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태영그룹은 나머지 지분을 처분해야 하고 SBS 지배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태영그룹은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SBS지분 36.92%를 들고 있다. 

윤 회장이 SBS 이외 다른 계열사인 블루원, 태영인더스트리 등을 매각해도 태영그룹의 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다만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산 총액이 10조 원이 넘는다고 발표해도 태영그룹이 당장 SBS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각 유예기간으로 2년이 주어진다. 다만 보유지분과 무관하게 의결권은 즉시 10%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자산 총액 규모를 크게 늘린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021년 12월2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고용진, 김병욱, 안호영, 위성곤, 윤재갑, 윤준병, 인재근, 한병도, 황운하)과 함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를 제한하는 기업의 자산총액을 현행 10조 원에서 국내 총생산액의 0.5% 이상 1.5%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2021년 국내 총생산액이 2057조 원임을 고려하면 자산총액 30조 이하 기업은 방송사 주식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법안은 지난 3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심사소위에 상정됐다. 

다만 법안이 발위 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보통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 걸리는 점은 윤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 20대 국회의 법안 가결률은 13.2%에 불과하고 여야 지도부의 의향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정보방송법률심사소위에 상정된 뒤 추가로 진행된 일은 없다”며 “상임위원회를 거치는 등 본회의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을 두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찬성하는 쪽은 현 방송법은 2000년 전면개정된 뒤 현재까지 그 틀이 유지되고 있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콘텐츠시장 발전을 위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엄재용 SBS 국장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지난 2월22일 열린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에서 “미디어 다양성 시대에 넷플릭스 등의 미디어기업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10조 원 기준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반대 쪽 목소리도 만만찮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개정안과 관련해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지상파 방송 소유제한 기준을 1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완화해 태영건설 등 기존 방송 지배 재벌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다른 대기업집단에도 모든 미디어 부문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재벌 헌납 선언이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SBS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기도 했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4월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티와이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했다. 이는 윤 회장이 SBS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지주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조항에 따른 조처였다. 

기존 태영그룹의 미디어사업 지배구조는 티와이홀딩스(지주회사) → SBS미디어홀딩스(자회사) → SBS(손자회사) → SBS콘텐츠허브, SBS M&C(증손회사)로 돼 있었다. 티와이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의 합병으로 SBS는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됐고, 태영그룹은 이에 SBS 지분 100%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안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집단의 자산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SBS와 관련한 계획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유관부서와 협의해 법적으로 무리가 없도록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