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현물출자와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병행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팀이 조만간 2차회의를 열어 자본확충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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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에서 A은행에 돈을 빌려주면 A은행이 펀드를 만들어 다른 은행들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이나 후순위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에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안 대신 자본확충펀드를 새로운 지원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확충펀드가 조성된다면 조성 규모와 운용구조, 자금 회수장치 등의 윤곽을 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팀은 이번 회의에서 자본확충펀드의 규모와 주체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펀드 규모는 약 10조 원으로 점쳐지며 운용주체는 IBK기업은행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한국은행은 은행에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를 잡거나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확충펀드에 내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정부에서 돈을 받아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손실 최소화’는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원칙이자 책무”라며 “돈을 빌려주든 채권을 사들이든 자산을 운용할 때 손실을 원칙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에서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2009년에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했을 때도 정부에서 담보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돈을 돌려받지 못해 정부에서 대출금을 대신 내주게 되면 국가채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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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일각에서 기획재정부가 담보나 지급보증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주식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에도 수출입은행에 1조 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을 현물출자한 적이 있다.
한국은행이 자본확충펀드와 별개로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안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수출입은행의 경우 법 개정없이 금융통화위원 7명 가운데 4명의 동의를 얻어 곧바로 출자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에서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길 내심 바라는 반면 한국은행은 손실 가능성을 우려해 직접적인 출자를 꺼리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합의점을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