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04-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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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노사 관계를 개선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주력 차종의 수출 호조에 노사 관계를 다져 생산 문제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토대를 닦는 것으로 풀이된다.
▲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6일 르노코리아차에 따르면 드블레즈 사장은 최근 노동조합을 방문해 박종규 노조위원장과 첫 상견례를 갖고 5월 초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르노코리아차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뒤 10년 동안 최고경영자(CEO)가 노동조합을 직접 방문한 것은 드블레즈 사장이 처음이다.
르노코리아차가 지난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었던 만큼 취임 초기부터 노사관계 개선에 정성을 들이는 셈이다.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르노코리아차의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XM3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만큼 노사관계를 다져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와 독일 등 4개 국가에 사전 판매된 뒤 6월 28개국으로 수출을 본격화한 XM3는 2021년 해외에서 5만6719대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르노코리아차 전체 수출(7만1673대)의 80%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XM3 1만9838대가 해외에서 판매됐다. 이는 르노코리아차의 전체 국내판매량 1만2659대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XM3 판매량이 올해 10만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수출 호조로 르노코리아차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XM3 수출을 본격화한 지난해 르노코리아차는 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는 2020년 손실 790억 원에서 9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올해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면 영업흑자 전환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2020년 르노코리아차는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5부터 2018년까지 10만 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된 영향이 컸다. 이 기간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닛산 로그는 전량 북미로 수출됐다.
이렇듯 수출 물량 확대는 르노코리아차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3월 취임한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유럽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는 XM3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중요하다. 더욱이 드블레즈 사장은 올 하반기 증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르노코리아차는 노동조합에 7월 초부터 시간당 생산량(UPH)을 높일 계획을 알린 것으로 파악된다. 뉴아르키나(XM3 수출명) 판매 증가와 하반기부터 부품 조달이 안정화돼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노사는 11일부터 생산인력 협의에 들어갔다.
드블레즈 사장은 생산인력 협의가 시작되는 날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증산 과정에서 노조의 협조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생산 차질을 겪었지만 르노코리아차는 올 하반기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에게는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수출 물량과 수익성 확보를 저해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가 된 셈이다.
르노코리아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파업을 겪었다.
재작년 7월 시작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가 이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1년 2개월 만에 2021년 임금협상을 묶어 협상안이 타결됐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도 파업이 일어나면 수출 호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르노코리아차는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도 르노그룹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품을 우선 지원받아 수월하게 공장을 가동해왔다. 올해 파업이 일어나면 본사 차원의 반도체 공급 지원이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생산 비용 절감’과 ‘생산 납기 준수’ 등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배정된 XM3 물량을 철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올해 르노코리아차 임단협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아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노조는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기본급 물가 상승 연동제 시행, 고용안정 보장 등을 뼈대로 하는 임단협 요구안을 최종 확정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안을 반드시 관철시킬 방침을 세웠다.
르노코리아차 노동자들이 지난해 2년치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고 830만 원 규모 일시 보상금을 지급받으면서 기본급은 4년째 동결된 상황이다.
노조가 임단협 요구안 작성을 위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기본급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2.6%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드블레즈 사장이 기본급 인상안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르노그룹은 지난해부터 중장기 경영방침으로 판매 중심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르놀루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중남미, 인도와 함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시장이라고 꼽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드블레즈 사장은 비용 감축을 해야 하는데 기본급 등 고정비 상승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임단협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할만한 부분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