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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거꾸로 가는 이유, 환율과 반도체사이클 침체기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2-04-14 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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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거꾸로 가는 이유, 환율과 반도체사이클 침체기
▲ 삼성전자 1년 주가 추이. <네이버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2년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연일 갱신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라는 저서에서 주가와 실제 기업가치를 산책하는 개와 주인으로 비유했다.

산책하는 개(주가)는 주인(기업가치)보다 앞서거나 뒤처지지만 결국 주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개)가 기업가치(주인)에 뒤처져 있는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삼성전자 주가 하락 원인, 원달러 환율 상승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거꾸로 가는 이유, 환율과 반도체사이클 침체기
▲ 원달러 환율 최근 1년 추이. <네이버 갈무리>
14일 증권사 연구원들이나 유명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약 1년3개월 동안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장중 9만6800원까지 찍은 뒤 계속해서 떨어져 14일 종가기준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고점 대비로는 주가가 30.27% 하락했고 1년 기간으로는 18.21% 떨어졌다. 최근 3개월으로 좁혀서 봐도 11.81%나 내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는 기간, 원달러 환율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2021년 4월 11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223원까지 치솟았다. 1년 사이에 약 10%가 오른 것이다.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2일 2017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기는 등 세계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네, 프랑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원달러환율이 오르는 것은 삼성전자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도체는 결제 통화가 달러 기반이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실적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는 환율이 100원 오르면 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8천억 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원달러환율이 오르면 주가에 아무런 변동이 없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해 다시 달러로 환전할 때는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원달러환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로서는 삼성전자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최근 14거래일 연속으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으로 순매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외국인투자자 보유율이 51.3%로 과반수가 넘어 외국인투자자의 매수·매도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항영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두고 증권사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이는 모두 변죽을 울리는 것이고 결국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주원인”이라며 “현재 달러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산업, 피크아웃 우려 커져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전 세계 반도체산업 사이클이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꼽힌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되는데 2021년 말을 고점으로 슈퍼사이클(호황기)에서 다운사이클(침체기)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보통 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의 주기를 3~4년 안팎으로 본다.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거꾸로 가는 이유, 환율과 반도체사이클 침체기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2년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2021년 1분기보다 7.3% 감소한 7750만 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도 1분기 PC 출하량이 5.1% 줄어든 8050만 대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가전시장은 2022년 상반기 재택근무 해제, 중국의 코로나19 대유행, 국제적 긴장, 인플레이션 상승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PC, TV,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의 수요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자기기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이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삼성전자 외에 TSMC(-27.08%) 인텔(-14.43%) 퀄컴(-23.60%) AMD(-27.37%)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최근 3개월 주가가 모두 급격히 떨어진 것은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 18.16%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4.58% 내린 것과 비교해 하락폭이 훨씬 컸다.

특히 국내투자자들은 2018년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전성기를 겪은 뒤 몇 년 동안 실적이 둔화됐던 삼성전자의 모습이 재현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이었던 2018년 순이익 43조8909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순이익이 21조5051억 원, 26조908억 원에 그쳤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부터 경기 침체가 시장 참여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가운데 IT 수요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락다운에 돌입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이 유달리 큰 이유는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 성장성에 의구심

삼성전자는 기업가치와 성장성을 두고도 투자자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TSMC의 PER은 25.44배,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은 28.29배 수준이다.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거꾸로 가는 이유, 환율과 반도체사이클 침체기
▲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이는 투자자들이 TSMC나 애플의 미래 성장성을 삼성전자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처럼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의 PER이 8배, 미국 마이크론의 PER이 9배 수준이라는 점을 보면 삼성전자만 특별히 저평가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메모리반도체산업 자체가 파운드리나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과 비교해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을 두고는 아직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

해외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신 파운드리 4나노 공정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은 경쟁사인 TSMC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나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서 TSMC로 거래처를 바꾸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바일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LSI사업부가 설계해 갤럭시S22에 탑재한 엑시노스2200은 성능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발열도 전혀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IT매체 XDA는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들어간 갤럭시S22가 엑시노스2200보다 탑재된 모델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며 “유럽에 판매되는 갤럭시S22에는 엑시노스2200이 탑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 소비자에게 갤럭시S22 구매를 미루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최근 내부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안을 찾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수율을 묻는 소액주주의 질문에 “5나노 이하 공정이 초기에는 램프업(장비 설치 뒤 본격 양산까지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에 시간이 걸렸다”며 “점진적으로 수율을 개선해 안정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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