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페이가 마침내 손해보험업에 진출한다.
손해보험업계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보험 접근성을 낮춰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지만 결국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무기로 하는 카카오페이는 부담되는 상대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는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본인가 안건을 승인받으면서 보험 시장 진출을 위한 마지막 장벽을 넘었다.
국내에서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보험사 허가를 받은 것은 카카오페이가 처음이다.
카카오페이의 정식 보험법인은 늦어도 상반기 안에 출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직원을 100명 가까이 확보했으며 사업운영담당 아래 상품전략실, 경영관리실, 상품전략실, 테크실 등을 마련하는 등 조직 구성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통신판매 전문 보험회사(디지털 보험사) 방식으로 보험사업을 하게 되며 보증보험과 재보험을 뺀 손해보험업의 모든 종목을 판매하게 된다.
사업 초반에는 소액 단기형 보험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차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보험, 장기인보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은 대형 ‘메기’의 등장에 긴장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이 당장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보험시장 규모 확대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카카오페이의 합류가 반갑다는 의견도 손해보험업계에서 나온다.
디지털 보험시장은 아직 기존 전통 시장을 넘어서지 못한 데다 장기인보험 상품의 경우는 전통 손해보험사에 밀려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제3보험으로 암보험, 건강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상품이다. 손해보험사 상품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 속한다.
미니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 간단한 상품은 비대면으로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장기인보험은 여전히 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인보험에도 카카오톡이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기존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은 카카오톡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에 디지털 보험시장 확대라는 기대를 걸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결국 경쟁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와 본격 대결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캐롯손해보험은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생활밀착형 보험상품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캐롯손해보험은 새 상품에 IT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보험상품 가입 등에서 편의성을 높여 많은 고객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판매채널을 다양화하면서 특히 디지털 채널 강화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재영 하나손해보험 대표는 올해 3월 취임하면서 “새로운 보험시장 질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제휴를 확대하고 디지털 채널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