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광학솔루션과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일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장기적으로 확장현실(XR)과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상반기 중으로 광학솔루션과 반도체 기판 증설과 관련해 구체적 투자지역을 놓고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광학솔루션과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이 지어질 위치를 구체적으로 발표하고자 한다”며 “이와 관련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올해 초 공시를 통해 광학솔루션 사업에 1조 원, 반도체 기판사업에 4천억 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최근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SE을 비롯해 스마트폰 생산량을 당초보다 20% 가량 줄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자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중장기적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애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유럽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상보다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는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낮은 수요로 인해 아이폰SE3의 올해 출하량 계획을 애초 2500만~3천만 대에서 1500만~2천만 대로 낮출 것이라고 바라봤다.
애플 스마트폰 출하량의 변동이 예상되지만 LG이노텍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의 경우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3의 흥행에 이어 올해도 제품 공급이 원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제윤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판매량 증대 및 고객사 내의 점유율 확대로 카메라 모듈 사업부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애플이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확장현실(XR) 기기에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이 채택될 것을 염두에 두고 해당 생산 설비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확장현실 시장규모는 2021년 307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3천억 달러로 10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올해 LG이노텍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올해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광학솔루션과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시장 입지를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반도체 기판사업의 경우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FC-BGA는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고성능 반도체칩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FC-BGA를 사용하면서 FC-BGA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LG이노텍이 중장기적으로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에 부품공급을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점도 정 사장이 FC-BGA에 힘을 주는 행보에 이유로 꼽힌다.
정 사장은 정기 주총에서 “시장과 고객을 리딩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을 확보해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며 “핵심부품에서 소재 단위까지 선도기술로 일등 사업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FC-BGA, 자율주행 부품 등 신규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자율주행 전기차와 AI, 네트워크 서버 등과 관련된 산업에서 FC-BGA 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 이미 내놓은 계획 말고도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FC-BGA 시장의 선두업체인 이비덴과 신코데키, 삼성전기 등과 점유율 경쟁을 위해 FC-BGA 생산설비에 추가 투자도 진행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