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인증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출하면서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사업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입을 늘리면서 현대글로비스의 경매물량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또 현대차의 중고차 수출 확대가 예상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해상운송사업과 해외 중고차 사업에도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글로비스의 경매를 비롯한 중고차사업의 성장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중고차 사업에서 매출 7330억 원을 거두며 2020년보다 매출이 45.7% 증가했다. 중고차사업의 직전년도 대비 매출액이 2020년에는 0.2% 줄었던 것과 비교해 지난해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2021년 새로 시작한 중고차 수출과 해외 중고차 유통사업이 매출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제외에 발맞춰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사업도 올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 가운데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인증중고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또 기존업계와 상생협력하기 위해 2022년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했다. 이 범위를 넘는 매입차량은 경매 분야로 넘기게 된다.
이에 따라 중고차 경매사업을 운영하는 현대글로비스도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할 때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가 2021년 기준 국내 신차시장의 50%, 기아와 합쳐 90% 가까이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는 방대한 중고차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물량 가운데 현대차가 직접 중고차 매매를 하지 않는 차량의 다수가 경매시장에 배정되면서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경매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매집이 수월해지면서 중고차 경매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에 따라 중고차 경매시장의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2021년 394만 대 수준으로 신차시장의 2배를 넘어선다. 하지만 중고차 경매 대수는 26만4천 대로 약 6.7% 수준에 그친다.
선진 자동차 시장으로 평가되는 일본과 미국의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0%, 20%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경매시장 확대에도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 중고차사업에서 수출에 주목하는 시선도 나온다. 중고차 수출물량 확대는 현대글로비스 해운사업의 수익성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중고차사업에서 점유율 제한이 적용되는 내수보다는 사실상 수출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이에 따라 유 연구원은 기존 신차 중심으로 운영되던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사업(PCTC)에 중고차 물량이 더해질 것으로 바라봤다.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운반선 사업의 적재율은 68%에 불과해 중고차 물량이 추가되면 마진율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 중고차사업에서도 현대차 중고차사업과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중고차시장을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4개 권역으로 나누고 현지에 맞는 전략을 통해 도·소매 및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미국은 경매장 기반의 온라인 도소매사업, 유럽은 거점 기반의 도소매사업, 중국은 합작법인을 통한 소매사업, 인도는 공급사슬관리를 통한 도매사업을 각 지역의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장구JV(합작법인)를 통해 중고차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중고차 시장규모에서 미국은 4천만 대, 유럽은 3430만 대로 각각 신차시장의 2배가 넘어 사업 성장 잠재력이 크다.
해외중고차 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현대글로비스는 현지에서 신차판매와 사후서비스(AS) 등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현대차와 연계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고차 진출과 관련해 중고차경매나 해외사업 등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