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가 내년과 내후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세가 장기간 둔화한다면 미국 증시에도 악영향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6일 CNN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침체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세계 대형 투자은행 가운데 미국의 경기 침체를 공식적으로 예측한 곳은 도이체방크가 처음이다.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더 이상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바꿔내면서 미국 경기 침체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추는 ‘소프트랜딩’ 전략을 쓰기보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바꿀 것이라는 의미다.
CNN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진 데 따라 연준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품과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어 연준에게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바라봤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둔화를 이끌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기 위해 발등에 놓인 불을 끄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구체적으로 미국 경기 침체 발생 시기가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는 실질 국내총생산이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며 경제 규모가 위축되는 시기를 뜻한다.
도이체방크는 경기 침체 수준이 심각하지는 않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 실업률이 2024년 5% 정도에 머무르는 선에서 인플레이션 수준이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무디스 등 투자기관은 아직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지만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최근 내놓았다.
CNN에 따르면 무디스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이 33%, 골드만삭스는 3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도이체방크는 이들과 달리 경기 침체가 곧바로 발생하기보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점진적으로 소비와 기업 경영활동에 반영돼 뒤늦은 경기 불황을 이끌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경기 침체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은 미국 증시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연초부터 이어진 미국 증시 하락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연말까지 증시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의 분석대로 경기 침체가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이어진다면 불황 수준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증시에도 그만큼 장기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경기 침체가 완전히 끝나고 반등하는 시점까지 증시도 계속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연준은 아직까지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고 인플레이션 심화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도이체방크의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CNN은 “파월 연준 의장은 과거에도 공격적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도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