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현 기자 BlueAn@businesspost.co.kr2022-04-06 08: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코로나19 거리두기를 사실상 끝내려 하고 있어 일부 공기업들이 들뜨고 있다.
정상적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2년 넘게 곤두박질쳤던 실적을 회복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일단 정부가 입국자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함에 따라 하늘길이 드디어 제대로 열리기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제노선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도 근거리 국제노선 재개에 따른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강원랜드도 영업시간 정상화에 따른 실적 회복의 꿈에 부풀어 있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수용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모든 공기업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전기료 동결 방침에 따라 역대 최고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들어설 정부도 전기료 인상에 부정적인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4일 정재훈 사장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사장 인사를 두고 문재인 정부와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 사이의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날개를 펼치다
우리 정부가 3월21일부터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항공 수요 회복에 기대감이 커졌다.
국내 공항의 운영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방역 완화에 발맞춰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31일 자회사 사장들과 포스트 코로나 채비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입국자 격리면제가 실시된 뒤 첫 주말인 3월25~27일 사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전주보다 16.84% 증가한 4만6926명으로 증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항이 활기를 찾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됐던 방역시설도 4월1일자로 철거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항공노선 전체에 운항을 제한하는 ‘서킷브레이커’ 역시 폐지된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일본 나리타 및 오사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증편하고 미국 하와이, 일본 나고야 노선을 운항 재개하기로 하는 등 주요 항공사의 국제선 증편 및 운항 재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윤형중 사장이 지난달 31일 일본 하네다 공항을 운영하는 일본공항빌딩과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재개를 논의하는 등 방역 완화에 대비해 적극적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포공항을 비롯해 김해, 대구 등 지방공항에서 국제선 운항 재개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정부의 인천국제공항 입국 일원화 정책이 전면적으로 폐지되면 윤 사장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 질 듯하다.
다만 한국공항공사로서는 공사가 운영하는 지방공항의 특성상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국제노선의 비중이 큰 만큼 해당 국가에서 입국자에 대한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 강원랜드, 다시 밤새 불을 밝힐 듯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 철폐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강원랜드의 실적 회복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관련해 최정점에서 내려왔다고 방역당국이 판단하면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가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4월4일부터 2주 동안에는 사적모임 제한인원은 10명, 영업시간은 자정까지 늘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4월18일부터는 영업시간 제한이 전면적으로 폐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랜드는 공기업 가운데 영업시간 제한으로 가장 크게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공기업으로 꼽힌다.
심야 영업이 제한되면서 수도권 등 원거리 이용객의 수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업일수가 제한될 때도 영업일에는 하루 20시간 영업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18일부터는 하루 12시간으로 영업시간이 대폭 줄었다.
2022년 3월5일부터는 하루 영업시간이 13시간으로 불과 1시간이 늘어났음에도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천~3천 명에서 4천 명대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시간 제한이 추가로 완화되면 강원랜드의 이용객 회복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례에 가장 부합하는 회사”라며 “미국에서 방역 정책을 완화하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방문자수는 2019년 대비 87% 수준까지 회복됐는데 기존에 미국인 이용객 비중이 86%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국인 이용객 수가 즉각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시름 깊어져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적자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워지면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듯하다.
올해 2분기부터 국내 전기료는 1분기보다 kWh당 6.9원이 인상된다.
전기료가 인상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상 내용을 보면 kWh당 4.9원은 기준연료비, kWh당 2원은 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이 반영된 것이다.
정작 한전의 영업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줄 연료비 조정단가에서는 이번에도 인상에 성공하지 못했다.
전기료 인상 여부가 정치적 원인이나 물가 관리 등 외부적 요인에 따라 억제되고 있는 만큼 정 사장으로서는 적극적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 이유를 놓고 “국제 연료가격 상승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하고 6월 지방선거가 끝나는 등 정치권의 상황이 변화하면 올해 3분기에 전기료가 인상이 가능할 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원가가 크게 상승한 만큼 국내에서도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선거 이후라면 정치권의 부담도 줄어든다.
원일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현재로는 인수위 차원에서 3분기 등 추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 논의, 검토된 바 없다”면서도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한전의 경영 상황, 전기요금 인상 요인 등을 면밀히 따져서 향후 운영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인사 앞두고 긴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가 이달 4일 종료됐다.
정 사장의 임기 종료는 현재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이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정부의 임기 말에 공기업 등 기관장의 인사권 행사를 놓고 양측이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회동이 성사되면서 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을 놓고 다시 한 번 충돌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을 놓고 ‘임기 말 부실 공기업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이 회생 방안을 마련하고 독자 생존하려면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가 잇따라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서는 인수위 측에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분야가 원전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 사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등이 구성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수위에서는 정 사장이 연임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자신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달 23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위해 체코 프라하 현지를 방문해 체코 정부 및 원전사업 관련 인사들을 만나 홍보활동을 펼쳤다. 안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