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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전장부품사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부품 사업은 특성상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데다 삼성그룹이 업계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에서 전장사업은 '이재용 사업'으로 불리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전장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 전장사업 진행 경과 불투명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전장부품사업 진출계획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삼성전자에 생산시설 투자를 공식 제안할 계획을 세웠다.
광주시는 삼성전자가 1월 가전제품의 일부 생산라인을 광주에서 해외로 이전한 데 따라 새로 추진하는 전장사업 관련 시설을 광주에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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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가 개발하는 자동차 전장부품. |
전장사업 관련 시설 유치는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총선에서 광주광역시에 공약으로 내세워 정치권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다.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정책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장병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국민의당 광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윤장현 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장병완 위원은 "삼성그룹의 전장사업은 실체도 계획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사업"이라며 "올해 말 전장사업팀 자체를 아예 없앨 것으로 알려져 실현 가능하지 않은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상배 광주시 전략산업본부장은 이에 "광주시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유치를 총선 이전부터 추진해왔다"며 "전장사업팀을 없앤다는 말에 대해 진위를 파악해 볼 것"이라고 응답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광주의 전장사업 유치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계획이 없다"며 "걸음마를 하는 단계에서 전장사업팀의 해체설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삼성전자에 자동차부품을 담당하는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후 전장부품 개발에 주력하며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계열사와 시너지를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삼성그룹의 전장사업은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을 탑재한 자동차용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부가 최근 자율주행차 반도체 개발조직을 신설하고 계열사인 삼성SDI 역시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삼성그룹은 개별 사업에서 전장부품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이 담당하는 역할이 불분명한 데다 전장부품에서 삼성그룹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의미있는 실적을 낼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많다.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사장 역시 최근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은 아직 기초적인 단계일 뿐"이라며 "인수합병 등 사업확대를 본격화하기 위한 단계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 전장사업팀 성과확인 늦어져, 이재용 능력증명 미뤄지나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를 본격화하고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나가며 성장을 노리고 있는 삼성SDI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계열사는 인포테인먼트와 카메라 등 전장부품에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고객사들은 오랜 기간 동안 신뢰를 쌓은 공급사와 장기간 거래한다"며 "후발주자로 나선 삼성전자가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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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 |
전장부품사업에 수년 일찍 진출해 계열사 간 안정적인 협업체제를 갖춘 LG그룹 역시 전장사업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전장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공격적인 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방산과 화학사업 등 기존 사업부마저 잇따라 매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망이 불투명한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이 처음 전장사업팀 신설을 발표할 당시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신사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자동차부품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결국 전장사업의 성과확인이 가능한 시기가 불투명해지며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도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서 모두 중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신성장동력의 실적기여를 앞당기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