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가 기업 회생을 위해 1년 동안 추진해온 매각 작업이 무산되면서 또 다시 청산의 기로에 서게 됐다.
쌍용차가 자체 회생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새주인을 찾아야 하지만 청산가치보다 낮은 존속가치 등 현재 상황에서 투자매력이 떨어져 새 인수자를 찾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인수합병(M&A) 계약 해지 뒤 쌍용차 매각을 위한 재입찰이 이뤄진다면 제한적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를 보면 공개입찰로 M&A를 진행했지만 최종 무산이 됐을 때 관리인이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런 규정에 따라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해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에서는 새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J100(프로젝트이름)의 출시와 해당 모델의 전기차 모델인 U100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J100은 개발이 끝나고 올해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새주인 찾기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지난해 4월 쌍용차가 처음 공개매각을 진행했을 때 인수의향서를 보낸 곳은 11곳 이었지만 최종 본입찰 단계에서는 단 3곳만 참여하는데 그쳤다.
특히 인수의향서를 제시한 곳 가운데 자금력이 탄탄한 SM(삼라마이더스)그룹과 사모펀드 등이 중간에 인수를 포기했다.
재입찰을 추진하더라도 최근 상황에 비춰보면 쌍용차의 회생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자금력 좋은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내놓은 변제율이 공개된 상황에서 채권단에게 이를 넘는 수준을 제시할 새 매수자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본입찰에서 3048억 원을 제시했다. 이를 재원으로 회생계획안에 제시한 회생채권의 변제율은 1.75%에 그쳤다.
현재 상거래 채권단을 중심으로 쌍용차 회생채권단이 요구하는 변제율은 50% 이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약 5천억 대 중반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쌍용차가 마련한 회생계획안을 살펴보면 쌍용차의 회생담보권(금융권 부채)은 약 2320억 원, 조세채권은 558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계법령 및 청산가치 보장을 위해 이를 모두 상환하는 데만 2878억 원에 이르는 돈이 든다.
여기에다 현재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이 요구한 변제율 50% 이상을 맞추기 위해서는 회생채권(5470억 원)의 절반만 따져봐도 2735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단순계산해 보면 본계약금이 최소 5600억 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회생과정에서 변제되지 않는 공익채권까지 고려하면 7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쌍용차를 살리는데 필요한 셈이다.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운영자금까지 고려하면 더욱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쌍용차 인수자를 찾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KDB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찰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쌍용차가 당장 인건비와 신차 개발비 등 운영자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공공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쌍용차가 청산된다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져 새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문제의 공은 사실상 새 정부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시장경제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청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