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해외생산 확대에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완성차브랜드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잇달아 대규모 전기차 생산공장 확충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만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로서는 현지 물량 대응능력을 키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브랜드인 폴크스바겐도 유럽에 대규모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는다.
현지생산은 여러 모로 유리한 점이 많은 만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유럽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은 중국이지만 자국 브랜드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형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제 인도네시아 신규공장에서 국내에서 들여간 반조립품으로 아이오닉5 생산을 추진하는 수준에 그친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격전지로 떠오른 유럽에서 현대차는 아직까지 전용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 다만 체코공장에서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사용하는 코나EV를 생산하는데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 확대에 경쟁사들과 달리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 가동식을 23일 열었다. 이 공장은 테슬라의 유럽 내 첫 생산기지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브랜드인 폴크스바겐도 최근 독일 볼프스부르크 지역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20억 유로(2조7천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폴크스바겐의 신규 전기차공장은 2023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이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브랜드들도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의 전기차 공장 전환 또는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에게 유럽은 놓칠 수 없는 전기차 시장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미국에서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발빠르게 전기차 생산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중국이 271만7937대, 유럽이 128만1449대, 미국이 50만5988대로 집계됐다.
미국은 아직 중국이나 유럽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육성정책에 따라 전기차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생산을 검토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도 츠비카우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12억 유로(1조6천억 원)을, 제너럴모터스(GM)도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 22억 달러(2조6800억 원)를 투입했다.
현대차도 앞서 3월 열린 'CEO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가 전기차 해외생산을 위해서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전기차 해외 생산시설 건설이 늦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비롯해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차를 해외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위원으로 구성된 고용안정위원회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올해 당선된 현대차 노조 지도부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기반한 선진시장 점유율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이 빠른 시일 안에 미국 전기차 신규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