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 골드만삭스, JP모건이 23일 장 마감 이후 삼성전자 지분 1994만1860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작업을 진행했다.
블록딜을 통해 매각한 주식가치는 1조3700억 원어치다.
재계에서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블록딜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은 2021년 10월 상속세 마련을 위해 KB국민은행에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0.33%)의 처분을 신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 신탁계약 만기가 올해 4월25일까지라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앞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21일 장 마감 이후 KB증권과 모건스탠리를 통해 삼성SDS 주식 301만8860주(지분율 3.90%)를 블록딜한 것으로 추정됐다. 블록딜을 진행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확보한 자금은 3900억 원 수준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홍 전 관장과 마찬가지로 2021년 10월 KB국민은행과 삼성SDS 주식 301만8860주의 처분신탁계약을 맺었다.
이서현 이사장은 2021년 12월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1.73%)를 블록딜로 매각해 2470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홍 전 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은 2021년 4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식재산을 상속받았다.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식재산의 상속세만 약 11조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홍 전 관장이 3조1천억 원, 이재용 부회장이 2조9천억 원, 이부진 사장은 2조6천억 원, 이서현 이사장은 2조4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연부연납은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을 먼저 내고 나머지 상속세를 5년 동안 분할 납부하는 제도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2021년 4월 상속세 2조 원을 납부했고 나머지 10조 원가량은 연이율 1.2%를 더해 2026년까지 나눠내게 된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2026년까지 매년 2조 원가량을 상속세 재원으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삼성계열사의 배당 규모를 확대하고 개인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홍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주식을 팔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도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일부 처분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삼성전자 주식 4202만 주(0.7%), 삼성SDS 주식 711만655주(9.2%), 삼성물산 주식 3267만4500주(17.49%)를 각각 공탁했는데 아직 지분 매각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이를 이 부회장이 매각하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 3388만220주(17.9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SDS의 1,2대 주주가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으로 삼성SDS의 경영권이 든든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부터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사 JP모건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오너들은 주식 담보대출 등의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만약 주식을 일부 매각한다면 우선순위는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순서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삼성SDS 주식 블록딜 이후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블록딜은 신탁계약을 통해 매각이 예정된 것이다”며 “이건희 회장 사후 오너일가의 상속세 규모를 고려하면 추가적으로 삼성SDS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