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매일의 설렘을, 오늘의 전율로(Always Vibrant, Now Electric).’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놓는 세 번째 전기차 GV70 전동화모델의 슬로건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볼륨차종으로 자리잡은 기존 내연기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V70의 성과를 전동화 모델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출사표로 풀이된다.
제네시스는 기존 내연기관 GV70의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한 GV70 전동화모델을 출시하면서 제네시스의 전동화 비전을 보다 구체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GV70 전동화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어 2025년 내연기관 출시 중단을 선언한 제네시스 전동화 전환 전략에 날개를 달 수 있을까? GV70 전동화모델을 직접 타봤다.
◆ 디자인에 그대로 남아있는 내연기관의 감성
17일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GV70 전동화모델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GV70 전동화모델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파노라마 선루프, 패키지옵션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차량이 제공됐다.
GV70 전동화모델은 내연기관 GV70의 파생모델인 만큼 기존 모델의 내외장 디자인을 대부분 물려받았다.
외장에서는 내연기관차에서 뚫려있던 앞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히고 뒷면의 머플러가 사라져 조금 더 매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GV70 전동화모델의 실내는 이날 처음 공개됐는데 고급스럽고 절제된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유전자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전용플랫폼 전기차 GV60이나 아이오닉5의 미래지향적이고 단순한 디자인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친환경 가치를 강조하는 전기차 답게 재활용 페트를 활용한 원단을 천장에 적용하는 등 친환경 소재를 내장에 활용했다.
실내공간을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제네시스의 보이지 않는 정성이 담겼다.
부피가 큰 전기차 배터리를 아래쪽에 평평하게 깔기 어렵고 엔진이 있던 공간을 활용하지 못해 실내가 좁아지는 것은 내연기관 플랫폼 전기차의 대표적 단점으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차체 바닥 가운데 튀어나와 있는 센터터널을 낮추고 차체 바닥의 두께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했다.
그럼에도 2열에 앉았을 때는 다리를 둘 공간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실제로 차량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는 GV70 전동화모델이 2875mm로 차급이 한 단계 낮은 전용전기차 GV60보다 25mm 짧다.
◆ 제네시스 최고의 역동적 주행성능, 빠르고 강력한 전기차의 매력
▲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주행. <현대차> |
시승은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군의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120km의 구간에서 이뤄졌다.
GV70 전동화모델의 역동적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다.
출발지인 주차장을 벗어나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즉각 반응하며 빠르게 치고나갔다. 가속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발생하는 전기차만의 매력이 한껏 느껴졌다.
GV70 전동화모델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한 컴포트, 가속 성능을 위한 스포츠, 연비 위주의 에코 등 3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컴포트 모드로 운전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스포츠 모드를 발동하자 시속 100km 이상 충분히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도 몸이 뒤로 확 밀릴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다.
주행모드를 바꾸면 디지털 계기판(클러스터)에 해당 모드에 맞춘 그래픽이 나타나는데 스포츠모드를 발동하면 속도계가 붉은 형광색으로 변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AWD(4륜 구동) 단일모델로 출시된 GV70 전동화모델은 앞바퀴와 뒷바퀴에 각각 최대 출력 160kW 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대출력 320kW(435PS), 합산 최대 토크 700Nm의 동력 성능을 낸다.
앞서 출시된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의 최대출력은 272kW, 전용전기차 GV60의 최고사양 트림(등급) 퍼포먼스 모델의 최대출력이 320kW다.
더욱이 스티어링휠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부스트모드를 실행하면 10초 동안 최대출력이 360kW(480PS)까지 높아지는데 이 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4.2초에 불과하다.
공차중량이 2.3t(톤)에 육박하는 걸 고려하면 GV70 전동화모델이 보여주는 민첩한 움직임은 전기차 분야에서 제네시스가 이뤄내는 빠른 진화속도를 알리는 듯 했다.
▲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주행. <현대차> |
고급브랜드로서의 정숙성도 훌륭했다. 가속할 때마다 몸에 전해지는 속도감이 귀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 어색한 감도 있었다.
여기에 가상엔진 사운드를 제공하는 ‘엑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은 흥미로웠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엑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선택하면 퓨처리스틱(Futuristic), S-엔진, E-모터 가운데 하나를 설정할 수 있다. 각각 SF효과음 같은 소리와 내연기관 엔진, 전기차모터 소리를 가속에 맞춰 제공해 서로 다른 주행감성을 자아냈다.
GV70 전동화모델이 가진 강력한 주행성능을 고려하면 승차감 또한 꽤 만족스러웠다.
GV70 전동화모델에는 전방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노면정보를 인지하고 서스펜션 감쇠력을 제어하는 전자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됐다.
이 기능은 특히 시승 기점인 카페에 도착할 쯤 방지턱과 울퉁불퉁한 길을 많이 만나면서 빛을 발했다.
불규칙한 노면에서 오는 진동을 거의 차체가 흡수해 힘들이지 않고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회생제동은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작동한다.
회생제동 강도는 스티어링휠 양옆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데 회생제동 강도를 높일수록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속도가 더욱 빨리 준다.
강도를 가장 높은단계로 높이면 브레이크와 같은 효과를 내 가속페달 하나로 운전할 수 있는 아이페달(i-PEDAL) 기능으로 전환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2) 기능은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스스로 유지해주며 운전의 피로를 확 덜어 줬으나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어도 간간히 힘을 주지 않으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울려 활용성이 떨어졌다.
스티어링휠이 클러스터를 일부 가리는 것도 성가시게 느껴졌다. 스티어링휠 사이 공간이 좁아 클러스터 아랫부분의 순간연비를 보려면 몸을 앞으로 당겨야만 했다.
◆ 전기차 전용플랫폼 특화기능도 갖추며 미래 바라봐
▲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의 V2L 기능을 활용해 캠핑을 즐기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GV70 전동화모델은 내연기관차 파생모델이지만 전기차 특화장비 대부분을 적용해 전용플랫폼 차량 못지않은 성능을 확보했다.
이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제네시스가 본격적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방향성을 나타낸다.
GV70 전동화모델이 차량외부 전자기기로 일반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을 갖춘 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 V2L 기능을 전용 플랫폼 E-GMP의 장점으로 내세운 바 있다.
GV70전동화모델은 350kW급 충전기로 급속충전하면 18분 이내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 또한 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와 같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2025년 표준모듈을 적용해 E-GMP보다 공용범위가 확장된 전용전기차 플랫폼 eM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제네시스는 완전한 전동화의 미래를 준비하며 우선 내연기관차 플랫폼 기반 전기차의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GV70 전동화 모델에 제네시스가 거는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G80은 올해 1~2월 국내에서 9866대를 팔아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면 G80 전동화모델은 290대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GV70 내연기관차가 제네시스 볼륨모델로 자리잡은 가운데 역동적 성능을 앞세운 GV70 전동화모델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GV70 전동화모델의 1kWh당 연비는 경기 가평군 카페를 갈때는 5.0km, 올때는 5.3km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연비는 1kWh당 19인치 휠 기준 4.6km, 20인치 휠 기준 4.3km다.
GV70 전동화모델 판매 가격은 7332만 원부터 시작한다.(개별소비세 3.5% 기준, 세제혜택 후 판매가격)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