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2022-03-1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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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와인시장에서 서로 다른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두 그룹 사이 '와인 경쟁'이 점점 뜨거워 지고 있는데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롯데그룹은 '체험'에 집중하고 신세계그룹은 '큐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롯데마트의 와인 판매대. <롯데마트>
16일 롯데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이 주요 사업군인 식품군과 유통군을 통해 와인사업을 펼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체험적 요소를 제공해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칠성음료가 27일 서울 신용산에 문을 여는 와인 복합공간인 '오비노미오(OVINOMIO)'는 이런 전략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여러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주고 직접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오비노미오를 꾸미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소비자 체험을 확대하고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상품을 최대한 다양하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와인에 관심이 많아져 취향이 세분화된 만큼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상품 기획의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소비자 반응과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오비노미오를 확장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도 와인의 상품 종류를 최대한 늘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말 공개한 와인특화매장인 ‘보틀벙커’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잠실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1층 입구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와인특화매장인 보틀벙커를 배치했다. 보틀벙커는 1322㎡(약 400평) 규모의 매장으로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와인 종류를 구비하고 있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한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고객들의 체험에 집중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와인 특화매장인 '와인스튜디오'는 300여 종이 넘는 와인과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추천해준다는 점이 보틀벙커와 닮아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을 선별하는 '큐레이션'을 중요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대중화된 와인시장에서 여전히 와인 정보를 잘 접해보지 못한 와인 초보자, 이른바 '와린이'들을 위해 3월부터 ‘이달의 와인’ 행사를 진행한다. 매달 이마트가 선별한 와인 제품을 특가에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롯데마트도 비슷한 행사를 한다. 롯데마트는 '시그니처와인'이라며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확보한 제품을 골라서 추천한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롯데마트와 달리 이마트는 정기적으로 큐레이션 행사를 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마트의 전략은 수많은 와인 가운데 소비자 선호를 자체적으로 파악해 그에 맞는 와인을 선별해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꺼내든 것으로 소비자에게 잘 팔릴 만한 제품을 가려 제공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와인 큐레이션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와인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자회사로 와인 수입사인 신세계L&B를 두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이마트의 상품 기획자(바이어)와 신세계L&B의 전문성이 더해져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최근 MZ세대의 관심이 와인의 생산 과정까지 닿고 있다”며 “생산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제품들의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상품을 확보해뒀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 주도로 신세계그룹이 최근 와이너리를 인수한 만큼 신세계그룹의 와인사업은 앞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와인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와인 수입액은 2021년 기준으로 5억5981만 달러다. 2020년과 비교해 70% 늘었다. 와인 수입량으로 보면 2019년 4만3495톤에서 2021년 7만6575톤까지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