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4일 장기전세주택의 시즌2로 상생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첫 대상지에 대한 공모를 오는 5월12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신청서를 접수한 뒤 민간과 협상을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무주택자를 위해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공급하는 주택으로 최대 20년까지 거주가 허용된다.
기존 장기전세주택이 택지개발을 통해 공공이 직접 짓거나 민간 재건축·재개발 단지 일부를 공공이 매입해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상생주택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늘리는 새로운 유형이다.
사업방식은 △공공이 토지사용료를 내고 민간의 토지를 임차해 공공주택을 짓는 ‘민간토지사용형’ △공공과 민간이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 공공주택을 짓는 ‘공동출자형’ △민간이 제안한 계획을 놓고 공공과 민간이 협상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공공협력형’ 등 세 가지다.
서울시는 이 정책이 지자체와 민간 모두에 이득이 되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민간은 용도지역 상향, 도시계획시설 해제 등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는다. 이로써 여러 이유로 개발이 어렵거나 효용이 낮은 보유 토지를 개발해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민간 토지를 임차하거나 공공기여 등을 통해 더 많은 장기전세주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오 시장은 기존의 장기전세주택과 상생주택을 통해 2026년까지 모두 7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상생주택은 3120가구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부동산 관련 공약으로 장기전세주택 시즌2인 상생주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공택지 고갈로 장기전세주택 건설이 어려웠는데 토지확보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뼈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약의 현실화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 시장은 상생주택 시범사업으로 2022년 내 7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40억 원의 예산안을 지난해 8월과 10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지난해 말에는 2022년 예산안에 상생주택 사업추진비 40억 원을 재차 편성해 제출했으나 시의회는 97.4%를 삭감한 1억500만 원만 반영했다.
오 시장은 이를 두고 1월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시의회 예산 삭감은 ‘월세난민’의 아픔을 공감한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정이며 부동산 문제를 서민의 아픔과 눈물이 아닌 정치공학적 득실을 따진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여야를 떠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월27일 라디오에 출연해 “상생주택은 지난해 8월과 10월 심사과정에서 자료 1장을 제출해 불충분과 구체성 부족으로 판단이 보류됐다”며 “자료만 잘 제출해서 의원들을 제대로 설득했다면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상생주택은 올해 2월 들어서야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하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오 시장은 올해 들어 상생주택뿐만 아니라 다른 부동산 공약 이행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13일 노후 저층주거지를 정비하는 모아주택을 도입해 2026년까지 3만 세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1월24일부터 3월2일까지 후보지를 접수받았다.
2월16일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재건축 정상화’의 일환으로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주민들이 정비계획안을 마련한 지 7년 만이다.
이어 3월3일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 기본계획’을 통해 서울시에 지난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적용돼 온 아파트 ‘35층 룰’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두 오 시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은 내용들이다. 당시 오 시장은 공약 이행기간을 5년으로 잡으면서 올해 있을 지방선거에도 출마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생주택을 통해 민간은 활용도가 낮은 토지를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공공은 장기전세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확보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며 “상생주택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양질의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