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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화웨이 런정페이(3) 무선통신 시대 본격 성장

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3-1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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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화웨이 런정페이
[1]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기업인
[2] 화웨이 러시아시장 위기를 기회로 
[3] 무선통신 시대 개막에 본격 성장
[4] 중국과 미국 갈등 속 생존의 길 찾다

화웨이가 글로벌 1위 통신장비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뛰어난 연구개발 역량으로 꼽힌다.

런정페이 회장은 화웨이 설립 초기부터 기술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화웨이 세계 임직원 약 18만 명 가운데 45%가 연구개발 전문 인력이다. 해마다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비용은 20조 원 이상으로 매출의 약 13% 비중을 차지한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화웨이 런정페이(3) 무선통신 시대 본격 성장
▲ 화웨이 로고.

화웨이는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우수한 인재를 꾸준히 끌어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2021년에는 초봉 201만 위안(4억 원)을 제시하며 우수 인력을 모집해 2명을 채용하는 등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기술 전문 인재 17명을 채용했다.

중국 현지매체 티엠티포스트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2019년 러시아 과학자 및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에서 "각국의 대부분 우수인재들이 미국으로 모이고 있다"며 "연봉, 사내복지 등 문제라면 우리는 용감하게 미국과 인재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임직원 연봉 등 처우를 미국기업보다 더 좋게 개선해 중국의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중국과 통신기술,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경쟁하며 기술 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으로 자리잡아 중국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런정페이가 화웨이 통신장비 및 휴대폰사업 초기부터 기술을 중심으로 강조해 온 성과로 분석된다.

◆ 통신장비사업 급속 성장

런정페이는 2000년대 초반 무선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자 이동통신 기지국 등에 사용되는 화웨이의 통신장비시장을 본격적으로 넓히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중국 국영 통신사 차이나텔레콤과 ‘국가 백본망 개선 협력’을 체결해 차이나텔레콤의 광둥성 163개 백본망을 업그레이드했다. 백본망은 여러 하위 망들을 서로 연결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하는 최상위 네트워크이며 기간망으로도 불린다.

이후 차이나텔레콤과 1200여 만 개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을 구축하는 협약을 맺으며 화웨이는 차이나텔레콤의 가장 큰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화웨이는 2004년 중국을 넘어 네덜란드 통신사 텔포트와도 2500만 달러(309억 원) 규모의 통신장비 공급 협약을 맺었다. 유럽에서 가장 처음 성사된 대규모 계약이었다. 

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고 화웨이는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개발은행으로부터 100억 달러(12조3550억 원)를 대출받았다.

런정페이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더 공격적으로 화웨이의 해외시장 확장을 주도했다. 2005년 화웨이의 해외 계약 매출액은 처음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섰다.

화웨이는 이후 이동통신장비시장에서 세계 3위 기업에 올랐고 브로드밴드 장비에서는 세계 누적 판매량 2000만 개를 넘어서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화웨이가 처음으로 언급됐다. 화웨이는 포브스 500대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역대 두 번째 중국 민간 기술기업이자 유일한 비상장사였다. 

화웨이는 일찌감치 LTE통신 개막에 맞춰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했다. 향후 5G통신 기술도 가장 먼저 개발하는 데 성공해 세계 5G 기술 표준을 선도했다.

5G통신이 상용화되기 한참 전인 2014년 기준으로 화웨이는 이미 세계 9개 국가에 5G연구소를 세웠고 480여 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화웨이는 세계 140여 개 수도에 400여 개 LTE 상용망을 구축했다. 

2016년이 되자 런정페이가 화웨이 사업을 위해 중국 국개개발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규모는 300억 달러(37조650억 원)에 육박했다. 화웨이는 이를 대부분 연구개발과 해외사업 확장 자금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화웨이의 2018년 세계 매출액은 7212억 위안(141조 원), 순이익은 593억 위안(11조6천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보다 매출액은 19.5%, 순이익은 25.1% 늘어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통신장비 수입 중단 등 제재가 이어지자 2021년 연매출은 6340억 위안(124조 원)으로 2020년보다 38.9% 줄었다. 다만 무선랜, 광대역 등 시장에서는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 스마트폰 세계 2위 업체로 성장

화웨이 전화기사업부는 1997년 중국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전화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외주 생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품질이 안정적이지 않아 오히려 화웨이 브랜드 이미지만 깎이는 결과를 낳았다.

런정페이는 결국 전화기사업부를 철수하면서 다시는 통신기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분노했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화웨이 런정페이(3) 무선통신 시대 본격 성장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차이나텔레콤은 1998년 1월 일본의 저가 간이형 휴대전화시스템(PHS) 서비스를 수입해 이름을 샤오링퉁으로 지어 출시했다. 화웨이의 본토 경쟁사인 ZTE와 UT스타콤이 가장 먼저 차이나텔레콤의 단말기 공급업체로 나섰다.

반면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샤오링퉁 단말기를 제공하는 게 단기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동참하지 않았다. 그 사이 ZTE와 UT스타콤은 샤오링퉁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사업으로 러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내수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내부 전략회의에서 핸드폰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런정페이는 다시 한 번 핸드폰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는 사이 ZTE와 UT스타콤은 휴대폰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3G, 광대역, 통신전송 등 기술을 개발해 화웨이에 압박을 더했다. 해외시장을 넓히느라 화웨이의 자본금도 바닥이 났다.

2003년 12월 런정페이는 결국 화웨이를 매각하기로 했다. 모토로라와 75억 달러(9조 원)에 화웨이를 매각하는 내용의 의향서도 체결했다. 그러나 모토로라 임원진이 이름 없는 중국기업을 비싼 값에 인수할 수 없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런정페이는 화웨이의 핸드폰, 통신단말기(PHS),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사업 기회를 모두 놓치고 화웨이 매각까지 무산되고 나서야 객관적으로 현상황을 평가하게 됐다.

결국 화웨이는 2003년 7월부터 핸드폰사업부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정부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대출도 받았다.

화웨이는 런정페이가 경쟁사들에 빼앗긴 것을 가장 후회했던 샤오링퉁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화웨이는 통신사들에 경쟁사들보다 더 낮은 가격에 단말기를 제공해 샤오링퉁 시장점유율을 25%까지 확보했다.

다만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밀려들어오고 중국 내수업체들의 신형 핸드폰 모델도 연이어 출시되자 품질이 비교적 낮은 샤오링퉁의 인기도 시들었다.

샤오링퉁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화웨이는 이를 통해 중국 통신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핸드폰 단말기를 출시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에 판매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런정페이의 주최로 열린 회의에서 통신사가 아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핸드폰사업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런정페이는 유럽시장 총괄이었던 위청둥을 불러들여 핸드폰사업부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혀 사업을 살리라는 임무를 줬다. 또 상하이에 전문 연구소를 여는 등 핸드폰사업부를 키우는 데만 40여 억 위안(7769억 원)을 들였다.

화웨이는 2009년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경쟁사인 샤오미를 벤치마킹해 매년 저가시장을 타겟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신형 모델을 출시했다.

결국 중국 및 유럽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며 2017년 화웨이의 연간 핸드폰 판매량은 1억 대를 넘어 중국 1위, 세계 3위 업체가 됐다. 2019년에는 애플을 넘고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화웨이는 이후 미국의 제재로 부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되자 핸드폰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2020년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컨소시엄에 핸드폰사업부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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