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신약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던 일부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지 못해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 (왼쪽부터)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임상 시험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신약 탄생을 기대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관문을 두드리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4곳 이상이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 유한양행, 메지온 등이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 FDA 심사 지연, GC녹십자·한미약품·유한양행·메지온 신약 출시 계획에 악영향
GC녹십자는 지난달 말 FDA로부터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ALYGLO, 국내이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관한 최종보완요구서(CRL, Complete Response Letter)를 통보받았다.
GC녹십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은 최종보완요구서를 통해 충북 오창에 있는 GC녹십자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실사(Pre-License Inspection)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은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체료제인 롤론티스의 허가 심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한미약품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2019년 10월 롤론티스의 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롤론티스 생산을 담당하는 한미약품의 평택 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는 지난해 5월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 현지 CMO 기업인 아지토모토에 일부 결함이 발견되면서 보완사항을 전달받았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보완사항을 개선해 올해 허가심사에 재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유한양행은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의 FDA 신약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얀센이 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얀센은 현재 자사의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메지온은 폰탄 치료제 유데나필의 허가심사 결과가 3월 하순쯤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FDA의 해외실사 지연 여파에 따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FDA는 올해 1월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실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3~10월)에도 FDA에서 실시한 해외실사는 단 3건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코로나19 여파로 52건의 신약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의약품은 2020년과 2021년 단 1건씩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합성신약부터 바이오시밀러까지 9개 의약품이 FDA 허가를 받았다.
◆ SK바이오사이언스·브릿지바이오라퓨틱스·티움바이오, 우크라이나 임상 차질 없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 시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해당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우크라이나 단독임상이 아닌 다국가임상인 만큼 전체 임상 시험 진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 시험 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상업화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티움바이오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6개국(한국,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베트남)에서 신약 후보물질 ‘GBP510’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월 임상3상 참가자 4037명의 모집을 완료한 만큼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우크라이나에서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한국, 뉴질랜드, 폴란드 등 총 5개국에서 진행되는 다국가임상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역시 해당 임상이 거의 막바지 단계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5개국에서 자궁내막증 치료제 후보물질 ‘TU2670’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환자 모집은 중단됐다. 티움바이오는 다만 5개국 중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4개국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임상 진행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종근당도 우크라이나 포함 총 8개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보건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 임상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일양약품은 한국과 터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에서 환자 모집을 시작한 일양약품은 이미 올해 초 임상3상 종료 예상시기를 2025년 1월로 연장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