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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현대백화점 친환경 '진심' 정지선, '고급'보다 '가치' 우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3-07 17: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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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진심을 다하는 오너경영인이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얘기다.

폐지와 폐페트병 수거, 친환경 쇼핑백 도입 등은 백화점이 나서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이런 활동에 스스럼없이 나서고 있다.
 
[오늘Who] 현대백화점 친환경 '진심'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038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지선</a>, '고급'보다 '가치' 우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너도나도 고급화 전략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친환경경영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7일 현대백화점그룹의 친환경경영 행보를 살펴보면 단순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백화점은 이날부터 전국 16개 점포에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폐지는 현대백화점 친환경 쇼핑백으로, 폐페트병은 현식품관의 농산물 재생 페트 용기 원료로 재활용한다.

일반적으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하는 곳은 동네슈퍼나 편의점, 할인마트 등이다. 고급화가 가장 중요한 백화점이 이런 캠페인에 나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 시도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겠다는 것을 홍보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폐지와 폐페트병을 매장에 가져온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멤버십 포인트 3천 점을 지급하기로 했다. 멤버십 포인트는 현대백화점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다.

사실상 돈을 주면서 폐자원을 걷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백화점이 친환경경영에 ‘진심’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4월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쓰이는 쇼핑백을 친환경 쇼핑백으로 바꾼다.

백화점 쇼핑백은 고객이 직접 들고 다니면서 외부에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중요 수단이다. 이를 친환경 용지를 사용한 ‘황색’ 봉투로 대체하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조치다.

실제로 여러 백화점들은 고급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쇼핑백을 적극 활용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고급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15년 넘게 세계 유명 작가들과 협업해 ‘일러스트 쇼핑백’을 만들어왔다. 이는 갤러리아백화점의 대표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백화점 쇼핑백이 줄 수 있는 대외적 홍보효과가 막대한데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이 친환경 쇼핑백을 쓰겠다고 한 것은 정 회장이 그만큼 친환경경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깐깐한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초부터 서비스경영팀이라는 조직 주도로 친환경 쇼핑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 초에 친환경 쇼핑백 디자인 안이 보고됐는데 정 회장은 ‘더현대’라는 문구가 은박으로 처리된 것을 보고 퇴짜를 놨다고 한다.

황색 봉투만으로 고급화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해 짜낸 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이 쇼핑백도 결국 다시 재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친환경 쇼핑백을 만드는 만큼 염료 사용을 최소화하자”고 말했다.

결국 정 회장의 지시로 현대백화점의 친환경 쇼핑백은 황색 봉투에 현대백화점그룹의 상징색인 초록색과 ‘더현대’라는 로고가 아무런 꾸밈없이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됐다.
 
[오늘Who] 현대백화점 친환경 '진심'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038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지선</a>, '고급'보다 '가치' 우선
▲ 현대백화점이 4월부터 사용하는 친환경 쇼핑백. <현대백화점>

정 회장은 “디자인도 철저히 ESG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정 회장이 친환경 전략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정 회장의 움직임은 백화점업계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고급화 흐름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를 선점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을 중점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게 고급화라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지만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이 이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친환경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친환경에 보이는 진심은 현대백화점의 조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초에 최고경영자 산하에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라는 자리를 만들고 기업의 ESG경영 및 환경규제 대응,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총괄하게 했다.

현대백화점뿐 아니라 롯데쇼핑과 신세계 등 다른 백화점들 모두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만든 것은 동일하지만 대표이사 직속으로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라는 자리를 만든 것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현재 현대백화점의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는 영업본부장과 영업전략실장을 겸인하고 있는 정지영 부사장이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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