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혈액제제를 미국에 선보이는 일이 행정절차의 지연으로 당초 예정보다 미뤄지게 됐다.
혈액제제 미국 진출은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여러 해 동안 도전해 온 숙원사업이다. 회사의 실적개선을 위한 새로운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28일 GC녹십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ALYGLO, 국내이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관한 최종보완요구서(CRL, Complete Response Letter)를 통보받았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최종보완요구서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신약 허가의 검토를 마쳤으나 결격사유가 있어 허가할 수 없을 때 요청한다. 최종보완요구서를 받은 기업은 결격사유를 보완한 신청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GC녹십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은 최종보완요구서를 통해 충북 오창에 있는 GC녹십자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실사(Pre-License Inspection)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현장실사가 불가능해지자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비대면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혈액제제의 미국 출시를 위한 심사를 통과하기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GC녹십자는 “현재 현장실사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글로불린제제 등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장을 정제해 생산된 의약품을 말한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은 면역결핍증인 무감마글로불린혈증, 길랑바레증후군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중증감염증을 치료할 때 항생물질과 병용되기도 한다.
허은철 사장은 GC녹십자 공동대표에 오른 2015년부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미국 진출을 모색해왔다.
GC녹십자는 2015년 캐나다에 북미 혈액제제 공급을 위한 공장을 지었다. 혈액제제 원료인 혈장을 확보하기 위한 혈액원도 현지에서 지속해서 확대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에 관한 품목허가를 신청해 2016년 초 예비심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는 허가 과정에서 제조공정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돼 출시에 차질이 발생했다. 허가가 지연되면서 GC녹십자는 캐나나 혈액제제 공장과 미국 혈액원사업을 매각했다.
다만 허 사장은 미국시장 진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보다 수요가 더 많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를 앞세워 재도전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4월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올해 초 품목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됐다.
대신증권은 앞서 15일 리포트를 통해 GC녹십자 혈액제제가 예정대로 2월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획득하면 하반기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허가절차가 지연된 만큼 GC녹십자 혈액제제의 미국 진출이 올해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미국매체 FDA뉴스가 발간한 ‘FDA CRL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의 최종보완요구서는 제약바이오기업의 제품 출시를 평균 14개월 지연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업이 최종보완요구서에 답변하는 데만 평균 7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 GC녹십자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제품. < GC녹십자 > |
다만 GC녹십자의 경우 문제가 현장실사에 한정된 만큼 일반적인 사례보다 빠르게 허가절차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도 있다.
GC녹십자는 “생산시설 현장실사 이외에 허가절차에 필요한 모든 필요 서류들을 제출한 상태다”며 “알리글로는 2020년 완료된 북미 임상3상에서 미국 식품의약국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모두 만족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이 혈액제제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혈액제제가 GC녹십자의 주력제품이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1703억 원을 거뒀다. 부문별로 구분하면 혈액제제 3742억 원, 처방의약품 3162억 원, 백신 2632억 원, 소비자헬스케어 2167억 원 순이다.
GC녹십자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혈액제제 매출은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미국 면역글로불린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으로 약 9조 원에 이르는 데다 면역글로불린제제 가격도 국내보다 4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는 북미 혈액제제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연간 3천억 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2015년 내놓은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