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부문 사장이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의 1강 독주체제를 굳힐까?
D램 업황이 부진하지만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력에서도 앞서 원가절감 효과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실적악화를 방어한 데 이어 경쟁사의 기술추격이 주춤해지는 사이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모바일과 서버용 D램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기술력과 제품 다변화를 앞세워 확실한 대응책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메모리 업황악화, 삼성전자 수익방어 능력 주목
4일 업계에 따르면 D램 업황의 악화가 장기화되며 세계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올해 초반에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D램을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영업이익 5620억 원을 거둬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65% 줄었다.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1분기에 영업손실 400만 달러를 내며 3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1분기에 영업이익 2조6300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10.2% 정도 줄어든 데 그친다. 경쟁사와 비교해 크게 선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D램의 의존도를 낮추고 적용처를 다변화한데다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원가절감에 성공해 반도체의 수익성을 방어했다.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주력분야는 크게 PC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램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및 스마트폰의 내장메모리인 eMMC에 적용되는 낸드플래시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하드디스크 수요가 SSD로 빠르게 재편되며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SSD와 스마트폰, 서버 등 모든 분야에서 고용량화 추세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는 꾸준한 수요증가로 재고량이 크게 쌓이지 않아 세계시장에서 가격하락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D램은 기존에 사용되던 제품의 교체를 앞당길 만한 기술변화가 크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 PC와 스마트폰의 수요둔화에 따른 재고증가와 가격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
|
|
▲ 삼성전자의 모바일용 D램. |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4월 PC용 D램의 평균가격은 지난해 4월보다 50%에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다. 서버용 D램 가격은 40%, 모바일 D램은 20% 정도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전체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76%로 마이크론의 54%, 삼성전자의 40%에 비해 높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점점 높이는 체질개선에 성공해 1분기에 실적악화를 크게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사장이 삼성전자 D램의 공급처를 모바일과 서버 분야로 빠르게 전환한 전략도 실적방어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과 서버의 D램은 PC의 D램에 비해 수요둔화가 덜하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매출 가운데 PC용 D램의 비중은 10% 후반대로 낮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아직 매출의 30% 정도를 PC용 D램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업구조의 차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낼 실적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 가격의 약세가 지속돼도 2분기에 반도체부문에서 영업이익을 1분기보다 3.3%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D램의 업황악화에 계속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2분기에 영업이익 4720억 원을 거둬 1분기보다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진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주요 공급처인 애플 등의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하며 부품공급에 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D램의 미세공정 전환이 늦어지는 것도 실적부진이 예상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D램 미세공정기술, 삼성전자 독주체제 굳히나
D램의 미세공정화는 하나의 원판(웨이퍼)에서 더 많은 갯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반도체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D램의 미세공정기술에서 세계 경쟁사보다 크게 앞서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20나노 초반대의 공정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18나노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10나노대 공정을 적용한 D램은 하나의 원판에서 기존보다 30% 정도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원가절감 효과가 크고 기판에서 차지하는 면적도 작아 고객사들이 선호한다.
|
|
|
▲ 18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삼성전자의 D램 제품. |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이 기존의 20나노 제품과 비교해 용량이 50%, 속도가 30% 빨라질 수 있어 성능면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0나노대 D램 진입은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2년 정도 앞섰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에서 독주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올해 큰 폭의 실적부진이 예상되면서 반도체 투자비용을 줄이고 있다. 또 낸드플래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며 3D낸드 분야로 연구개발 투자가 분산되고 있어 삼성전자와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중국업체들 역시 D램시장 진출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기술력 확보에서는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만큼 삼성전자가 시장우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D램 업황의 부진으로 수익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회사들이 D램의 비중을 축소하거나 공정기술 개발에 투자를 줄인다면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으로 시장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D램시장에서 46.7%의 역대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D램 업황은 더 악화하겠지만 미세공정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 삼성전자만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