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6%, 천연가스 16.6%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물론 관련 기업의 주가도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이에 더해 전쟁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며 금, 달러 등 안전자산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나온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극단적 상황까지 간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해 100달러를 향해 치솟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22일 런던선물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96.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99.5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91.91달러에, 3월 인도분 두바이유는 91.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고유가 수혜종목으로 꼽히는 화학 및 정유업종에 눈길이 쏠린다.
유가가 상승하면 비싼 값에 원유를 사야하겠지만 가격이 오르기 전에 확보해 둔 원유 재고의 가치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유가 추세가 장기화되면 추가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유가상승은 석유제품의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정제마진 축소의 원인이 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원유 도입물량 가운데 러시아산의 비중은 5.5% 수준"이라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비중을 줄여야 될 경우 해당 물량을 다른 지역에서 확보하는데 따른 추가적 거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이 매력적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물 금가격은 트라이온스(T.oz)당 1906.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동안 종가 기준으로 금 선물 최고가는 지난해 6월2일 기록한 1907.50달러였는데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위험자산을 이탈한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원자재를 수출하는 러시아 대형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내려질 수 있고 달러 결제망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발생해 달러 가격 급등의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시각으로 22일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첫 번째 제재조치를 내놨다.
러시아의 국책 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를 포함해 자회사까지 모두 제재 대상에 올리며 러시아의 자금 조달 막은 것이다.
유럽연합(EU)역시 러시아 제재를 결의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사용량의 약 4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우크라이나를 지나기 때문에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에 국내의 천연가스 관련 종목 주가도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날보다 10.07%(3500원) 오른 3만8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 발전사 및 도시가스 업체들에게 공급한다. 일종의 천연가스 도매업자라고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지에스이, 대성에너지 등 도시가스 업체 주가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에스이 주가는 2월 들어 113.32% 뛰었고 대성에너지 주가는 75.60%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