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또 다시 단상 앞에 섰다. 9일 실적발표 이후 6일만이다.
통상적으로 시중 금융지주 소속 은행 수장들은 실적발표 때도 기자들 앞에 서는 일이 없는데 윤 대표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 공개석상에서 발표를 진행한 것이다.
▲ 15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2022년 '카카오뱅크의 방향과 주택담보대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
최근 들어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미래 비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15일 카카오뱅크는 22일부터 정식으로 선보일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소개하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특이한 점은 윤 대표가 가장 앞선 발표자로 나와 새 상품 소개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다만 윤 대표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은 실무진에 맡기고 대부분의 시간을 2021년 카카오뱅크가 이뤄온 혁신과 2022년 미래전략 방향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윤 대표의 적극적 행보는 최근 카카오뱅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실적이 악화되고 향후 전망 역시 기대를 밑돌 것으로 평가되면서 성장성을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021년 4분기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362억 원으로 500억 원 이상이던 시장추정치를 대폭 하회하는 성적을 냈다.
수수료 및 플랫폼이익 감소와 인건비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향후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올해 연간 여신 성장률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20~30%가량 하향했으며 주가 역시 4만 원대 수준에 머무르면서 최고점 9만2천 원에서 반 이상 빠진 주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표는 올해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할 무기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소상공인(SOHO) 대출 서비스를 내놓았다.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단순한 '새상품'을 넘어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줄 비밀병기인 셈이다. 새 상품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 윤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다.
이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인다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안으로 비대면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도 출시하겠다고 윤 대표는 덧붙였다.
윤 대표는 "개인사업자 수신 및 대출상품을 통해 기업시장에도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개인자금과 사업자금을 구분해 관리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직관적인 관리와 운영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진출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나라마다 규제가 다른 만큼 구체적 실행방안을 여기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22일 공개되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은 진화한 고객 인터페이스를 선보인다"며 "금융산업 측면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비대면 모바일화를 가속화하고 금융산업 전반의 모바일역량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내놓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여러가지 혁신적 방법을 적용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인 챗봇을 통해 대출신청부터 심사진행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점에 방문하거나 서류를 직접 떼는 일 없이 앉은 자리에서 챗봇과 함께 대출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실제 대출을 신청하면 챗봇의 안내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건을 반영한 대출 한도와 금리가 산출된다.
소득 수준을 다르게 입력할 경우 대출 한도와 금리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서류의 제출 부담은 최소화했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는 사진 촬영해서 제출하면 된다. 나머지 대출에 필요한 서류들은 고객 동의하에 카카오뱅크가 유관 기관을 연결해서 직접 확인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필요한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카카오뱅크와 협약을 맺은 법무사가 잔금 지급일에 고객을 찾아간다.
법무사에 대한 정보도 챗봇을 통해 안내한다. 소유권 이전이 필요치 않은 기존 주택구입자금 대환 대출, 전세자금 반환 대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전자등기를 통해 비대면으로 대출 절차를 완료한다.
주택담보대출은 9억 원 이하 수도권 소재 아파트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구입 자금, 기존 주택담보대출 대환, 생활안정, 전월세보증금반환 대출을 취급한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천만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