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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인수합병으로 '클러스터링' 가속화, 삼성전자 소외되나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2-02-15 14: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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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인수합병으로 '클러스터링' 가속화, 삼성전자 소외되나
▲ 인텔의 서버용 시스템반도체 이미지.
인텔이 60억 달러(약 7조2천억 원) 규모 반도체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AMD는 자일링스 인수절차를 마무리했고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이 여전히 인수합병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위기업 중심의 헤게모니가 갈수록 더 공고히 자리잡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현지시각으로 14일 관계자를 인용해 인텔이 이스라엘 기업인 타워세미컨덕터를 6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의료기기와 우주항공 분야에 주로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아날로그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기업이다. 

인텔 주력사업인 PC와 서버용 CPU 이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최근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인텔의 라이벌인 CPU 및 그래픽반도체(GPU) 전문기업 AMD는 이날 490억 달러(약 59조 원)에 이르는 커스텀 반도체 전문기업 자일링스 인수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세계 상위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결국 시장이 상위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클러스터링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인텔은 지난해도 300억 달러(약 36조 원)에 파운드리 전문기업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GPU 전문기업 엔비디아도 최근 소프트뱅크에서 660억 달러(약 79조 원 규모)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타진했지만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상위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이처럼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다른 시스템반도체기업을 사들이려는 노력은 당분간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등 신산업 발달로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기존의 주력사업 분야에 의존하기 어려워지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과 엔비디아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대규모 인수합병이 무산된 데 대응해 적극적으로 새 인수 대상을 찾아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 인수합병으로 '클러스터링' 가속화, 삼성전자 소외되나
▲ AMD와 엔비디아의 그래픽반도체 이미지.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한 만큼 자동차용 반도체나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인수합병 가능성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시스템반도체 후발주자가 상위기업과 같은 분야에서 정면으로 대결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규모가 큰 시스템반도체기업일수록 인수합병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연구개발 투자에 필요한 비용이 기술 발전에 따라 급증하고 있어 규모가 큰 기업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반도체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실패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로이터는 지난해 르네사스의 60억 달러 규모 다이얼로그 인수, 마벨의 100억 달러 규모 인피 인수도 모두 경쟁당국 승인을 받았다며 인수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바라봤다. 르네사스는 일본 차량용 반도체 업체이며 마벨은 미국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다. 

시스템반도체시장이 상위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의 지배력이 더욱 강력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클라우드 등 여러 산업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향후 기술 보호주의 강화에 따른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이외 국가의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의미 있는 대항마로 성장해 외형 성장에 주력하는 미국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면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야만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미국은 여러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을 통해 첨단기술 경쟁력을 갈수록 굳히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급체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확실한 역할과 입지를 갖춰내야만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시스템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은 성장을 가속화하고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사 기반을 넓히기 위해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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