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축제로 남아야 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심판의 편파적 판정과 선수를 향한 중국 네티즌의 악플세례 등 중국의 ‘텃세’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중국인들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내부용 행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계 올림픽을 3연임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제사회에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홍보하는 기회도 된다.
특히 중국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올림픽 메달 획득에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앞으로 경제활동의 주축이 될 중국 2030세대의 애국심과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출전한 선수단 대부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을 익숙하게 보고 자란 2030세대에 해당한다.
시 주석이 청소년 교육에 애국심 등 사상을 더 강하게 심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집권을 시작한 2013년에 선수단의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었다.
현재 중국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중국 내 여론을 주도하는 2030세대 역시 대부분 10대 때 집중적으로 시 주석이 주도했던 사상 교육을 받았다.
그 결과 2016년부터 맹목적 애국심으로 중무장한 젊은 층의 네티즌을 일컫는 `샤오펀훙`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글로 풀어내면 작은 분홍색이라는 뜻이다.
샤오펀훙은 당초 중국을 향한 애국심과 열정이 강하지만 무식하다는 의미로 비하하는 단어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매체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뜻이 조금 긍정적으로 바뀌어 젊은 중국인 네티즌을 의미하는 일반적 단어가 되었다.
샤오펀훙의 단결력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에 널리 퍼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샤오펀훙의 집단공격을 받는 올림픽 출전 선수나 해외 연예인 등이 늘어난 까닭이다.
최근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출전 선수가 실격을 당하자 편파판정 논란이 일었고 BTS의 RM 등 연예인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전했다.
샤오펀훙들은 곧 RM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구토를 하는 얼굴 모양의 이모티콘을 댓글로 남기는 등 단체행동을 시작했고 이외에도 여러 선수나 연예인들이 이들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중국으로 귀화한 올림픽 출전 선수 주이도 샤오펀훙의 공격 대상이 됐다. 피겨스케이팅 경기 단체전에서 연이어 실수를 해 낮은 점수를 받은 데다 중국어도 유창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샤오펀훙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단결력을 증명하고 해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이들의 세력은 올림픽이 끝난 뒤 더욱 강해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이들은 주로 젊은 층으로 이뤄진 만큼 앞으로 중국 경제를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중국은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응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두고 공격적으로 내수시장 중심의 성장과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샤오펀훙 세대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키우는 것은 중국 내수기업의 성장을 돕고 해외로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시 주석의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중국이 동계올림픽에서 텃세를 부리며 메달 확보에 욕심을 내고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도 결국 샤오펀훙 세대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열리는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시 주석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집권 성과를 더하고 이를 3연임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것은 물론 샤오펀훙 세대의 적극적 지지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만큼 중국이 객관적 판단을 놔버리고 맹목적 애국심으로 무장해 계속 텃세를 부리는 것은 G2로 성장한 경제대국답지 않은 태도라는 비난이 나온다.
중국이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무리수를 강행한다면 시진핑 주석 체제가 장기적으로는 더욱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중국 학교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어릴 때부터 `단결은 곧 힘이 된다`는 사상을 가르친다.
그러나 샤오펀훙 세대가 이런 사상을 비뚤어진 애국심과 연결해 받아들인다면 국제사회에서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