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와 한국GM가 벌이는 경차 판촉경쟁이 '혈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치열하다.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많이 팔고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5월 경차 스파크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차값에서 100만 원을 깎아주거나 230만 원 상당의 LG전자 냉장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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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임스 한국GM 사장. |
기아차가 경차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판촉을 강화하자 한국GM이 맞불을 놓은 것이다. 올해 들어 기아차와 한국GM은 경차시장 1위를 두고 파격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기아차는 4월부터 경차 모닝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100만 원 할인, 저금리 할부와 70만 원 추가할인, 최신형 에어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현금 할인혜택은 기아차가 모닝을 출시한 뒤 가장 큰 액수이고 선택사항으로 제공하는 에어컨은 200만 원 상당의 제품이다.
이에 앞서 김제임스 한국GM 사장은 올해 들어 스파크의 현금할인폭을 확대하고 할부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스파크는 2월 모닝을 제치고 경차 판매량 1위에 올랐고 3월에 판매량 격차를 벌렸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이 5월 판촉행사를 펼치는 데 기아차의 판촉 강화 움직임이 일부 영향을 끼쳤다”며 “올해 들어 신형 스파크의 상품성이 점점 더 인정을 받고 있고 공격적인 판촉을 펼치면서 판매량 증가에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판촉경쟁을 펼치면서 경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분기에 국내에서 자동차5사의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5.7% 늘었다. 스파크가 3월 전체 승용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판촉활동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경차는 판매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차종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모닝과 스파크를 구매할 때 차값의 20%에 이르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GM과 기아차가 수익성 저하 가능성을 안고도 판촉을 강화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경차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줄어드는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유례없이 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유가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흥행 등으로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경차의 비중은 몇년째 감소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판매에서 경차의 점유율은 2012년 17.3%를 나타낸 뒤 지난해에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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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모닝. |
한국GM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모닝과 경쟁을 통해 서로 판매량을 늘려 경차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파크와 모닝의 신차 출시경쟁과 판촉경쟁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7월 신형 스파크를 내놓았다. 출시 직후 경차 1위를 차지하며 신차효과를 누렸지만 8월부터 모닝에 1위를 내줬다. 신차를 내놓고도 판매량에서 뒤처지자 한국GM은 판촉을 강화했다.
기아차는 하반기에 모닝 신차를 내놓는다. 5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이다.
기아차는 새 모닝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GM에 경차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의 상품제공 등 판촉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