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에디슨모터스와 매각 본계약을 맺었지만 관리인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회생절차 마무리를 위한 협력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럽연합의 불허로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됐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인수재원을 친환경선박 등 투자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신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물적분할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했다.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해 친환경소재 관련 신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취임 뒤 사실상 첫해인 2021년 역대 최대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 현지 전기차 생산계획 등이 속도감 있게 실행돼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선 혼다를 제치고 첫 연간 판매 '톱5'에 들었다. 유럽 시장에선 BMW그룹을 따돌리고 판매 4위에 올라 올해 유럽시장 '톱3'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것과 별개로 전기차 해외생산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 미래 모빌리티전략의 실행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 폴크스바겐 등 경쟁사들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올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현대차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전기차 생산계획을 구체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현대차는 2035년까지 유럽에서 새로 판매하는 모든 모델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구성하고 2040년까지 다른 주요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모든 판매 차량을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9월 내놨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향후 5년 동안 74억 달러(약 8조4천억 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용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도 시행 시기 등 구체적 후속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 사이에선 미국 앨라배마나 조지아 등 기존 현대차 공장 이외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또 유럽에서도 곧 전용전기차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가 3월 진행할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내놓을 해외 현지 전기차 생산계획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데 이를 놓고 현대차 노조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 지가 전기차 해외생산에 속도를 내는 데 관건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차를 해외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위원으로 구성된 고용안정위원회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새로 돌리려 해도 인력투입 등을 놓고 노조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집행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현대차가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전환에 따라 일감이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 전기차 공장이 지어지는 일은 노조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다.
현대차는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시장과 13년 만에 다시 진출할 일본시장도 전기차를 앞세워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생산기반을 속도감 있게 늘리는 일은 현대차의 올해 경영성과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올해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다만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주요 자금줄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눈앞에 뒀다가 공모주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 철회신고서를 1월28일 냈다. 정 회장으로서는 지배구조 재편 과정의 첫 단추부터 꼬이게 됐다.
정 회장은 그룹 주요계열사 지배력이 낮아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등 그룹 안에 4개의 주요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 해소 방식에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든 거액의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정 회장으로서는 최대한 자금을 많이 확보해두는 일이 중요하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거나 별도의 다른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지배구조 개편을 미뤄둘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 기아
기아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기아의 올해 판매목표는 도매 기준 315만 대다. 이는 2021년 판매량과 비교해 13.5% 늘어난 수준인데 매우 공격적 목표로 여겨진다. 차량 반도체 부족을 딛고 공장가동률 100%를 넘기는 일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데는 올해 1분기 안에 시작할 새 스포티지의 글로벌 판매성적이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새 스포티지는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인데 기아는 신차효과를 앞세워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 스포지티를 50만 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스포티지 판매량은 36만3630대였다.
기아가 스포티지와 함께 새 니로 등으로 신차효과를 얼마나 보느냐는 올해 실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쌍용자동차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관리인 문제를 놓고 쌍용차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추가 관리인 선임을 요구했다가 쌍용차가 반발하자 아예 기존 관리인을 중립적 제3의 인물로 교체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최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지원한 자금의 용처를 감시하겠다는 입장과 인수절차를 모두 끝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유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쌍용차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회생계획안 제출 등 중요 절차가 남아있지만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관련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더구나 에디슨모터스는 회생계획안을 놓고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선 여전히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능력을 놓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결국 회생가능성을 담은 경영계획으로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한데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회생절차 마무리를 위한 협력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나온다. 결국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마지막까지 안갯속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유럽연합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분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을 최근 불허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독점해 경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불허의 이유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출혈경쟁을 막고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빅2’체제 구축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마련해 둔 대규모 자금을 미래 신사업 준비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참여 규모는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이 자금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선박과 자율주행선박 개발, 스마트조선소 등 신사업에 투입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0월 사장으로 승진한 ‘정기선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된 정기선 사장으로서는 미래 사업에서 거둘 결실이 정 사장체제를 굳건히 할 수 있는 열쇠인 만큼 투자 여력이 늘어난 것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1위 조선사로 현재로서도 자체적으로 충분한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고 평가도 많다. 이런 시선을 반영하듯 기업결합이 무산된 이후에도 한국조선해양은 수주잔고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연초부터 기존사업의 일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 올해 수주가 지난해보다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두산중공업은 목표의 27%에 그친 2조3202억 원의 일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기존 사업 분야에서 잇달아 성과를 올리며 지난해 초반과 다른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독일에서 1600억 원 규모의 폐자원 에너지화(WtE, Waste to Energy) 플랜트 수주를 따냈는 데 추가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는 산업현장이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연성 폐자원을 가스화, 소각, 열분해 등의 과정을 거쳐 에너지화하는 시설이다. 이 설비는 전력과 열을 공급하면서 쓰레기 매립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두산중공업은 이집트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와 단조공장 건설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존사업에서 수주를 빠르게 늘려간다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수소가스터빈, 풍력발전, 소형모듈원전 사업을 추진하는데 힘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원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해 두산의 소형모듈원전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로 원전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을 하나의 원자로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전을 말한다. 유럽연합이 녹색분류체계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폐기물 처리 등에 유리하다.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소형모듈원전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글로벌 사업확장에 맞춰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제작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도 원전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
◆ 포스코
포스코가 철강업 호황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9조 원을 넘어서며 창사 뒤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포스코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도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해 3월 지주사 출범을 앞뒀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으로서는 2차전지소재, 리튬·니켈 등 광물, 수소, 에너지 사업 등 친환경 소재사업에 집중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최 회장으로서는 2018년 처음 회장에 선임됐을 때부터 과제로 신사업 확대를 꼽았는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올해부터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 사업 개편 및 시너지 확대, 그룹 기술개발과 전략수립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포스코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따라 최 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전문제와 관련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와 분할되면서 철강사업법인이 철강사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지주사를 이끄는 최 회장은 직접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포스코노조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2명에 이른다.
◆ 현대제철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2조 원을 훌쩍 넘기며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다소 후퇴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에 현대제철은 친환경산업에 쓰이는 철강 신제품 생산을 늘려 철강업황 변화에도 수익성을 담보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전기차에 쓰이는 ‘프리미엄 1.5GPa(기가파스칼) MS강판’과 핫스탬핑강 판매를 늘리고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용 고부가 후판 생산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올해도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최대치를 보였던 지난해 수준에 근접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