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들이 모바일 간편결제와 맞서 생존할 수 있을까?
카드회사들은 급속히 진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체적인 간편결제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앞날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간편결제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카드회사와 간편결제, 언제까지 공생할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결제가 영역을 넓히면서 카드회사와 맺은 협업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페이는 은행계좌와 연동해 오프라인 결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은 삼성페이를 통해 실질적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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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18일 삼성페이의 국내출시를 앞두고 국내 카드사들과 체결한 협약식에서 실무 임원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카드사들은 그동안 모바일 간편결제와 적극 협업해 왔다. 모바일 간편결제에서 카드결제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모바일카드시장의 활성화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했다. 그러나 간편결제가 은행과 손잡게 되면 카드결제수수료 수익에 위협받게 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삼성페이를 통해 지급결제시장에 진출한다면 영업망이 좁은 기업계 카드사는 물론이고 은행계 카드사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은행계 카드사들이 계열 은행을 통해 카드상품을 주로 판매했던 점을 감안하면 접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카드회사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주요 간편결제의 전체 가입자수를 합치면 약 2700만 명에 이른다. 모바일 간편결제로 결제된 금액도 지난해 기준으로 6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간편결제들은 현재 카드회사로부터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는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아주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간편결제의 영향력이 커지면 수수료를 지금보다 더 높게 매길 가능성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의 경우 고객 결제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는데 카드사의 일반적인 결제수수료율이 2%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모바일 간편결제가 주도권을 확보하면 카드사의 수익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결제가 최근 연계 실물카드를 출시하는 등 오프라인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카드회사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카드사와 제휴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면 카드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와 연동해 카드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지 않고 곧바로 결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윤호영 한국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가맹점주의 계좌로 결제금액을 직접 이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맹점에 일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체 간편결제플랫폼 구축
카드회사들은 자체적인 간편결제플랫폼을 구축해 모바일 간편결제에 맞설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4월27일 편의점, 요식업, 여행, 교육,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등 생활밀착형 업종의 회사 18곳과 함께 모바일플랫폼동맹(MPA)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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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뒷줄 왼쪽부터 여섯째)이 4월27일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모바일플랫폼동맹(MPA) 출범식에서 참여회사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모바일플랫폼동맹은 신한카드의 앱카드서비스인 ‘판페이’에 금융, 교육, 패션 등 생활서비스 브랜드를 연계해 간편결제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신한카드의 자체 플랫폼을 가리킨다. 신한카드는 올해 모바일플랫폼동맹 제휴회사를 20곳까지 늘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올해 카드업계는 간편결제시장의 경쟁격화 등 경영환경의 급변을 겪고 있다”며 “모바일카드의 고객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모바일플랫폼 동맹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회사들은 자체적인 플랫폼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모바일 앱카드의 편의성과 보안성도 간편결제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SNS에서 현대카드의 간편결제 ‘페이샷’에 대해 “페이샷은 현대카드가 도입한 디지털 혁신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큰 서비스”라며 “오로지 현대카드에서만 되는 독보적인 서비스”라고 밝혔다.
페이샷 고객은 페이샷으로 처음 결제할 때 본인과 PC 인증을 하면 그 뒤부터 다른 추가 과정없이 곧바로 현대카드로 물건을 살 수 있다.
하나카드는 5월 안으로 앱카드 ‘모비페이’에 지문 결제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 지문인증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기종을 이용할 경우 삼성페이처럼 지문을 인식해 곧바로 결제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회사들은 간편결제플랫폼을 구축할 때 IT기술과 자금력 면에서 IT회사들보다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결제경쟁에서 밀리면 모바일 간편결제를 운영하는 IT회사들에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격하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